교육공무직 "우리도 폭언·갑질로 힘들어"

교육부, 교감·교육공무직 등으로 구성된 민원대응팀이 학교 민원 전담 검토
교육공무직들 반발…"지금도 교무실·행정실로 오는 민원 전화 우리가 대응"
"욕설·막말 등 듣는 일 잦아…교장 등 학교 관리자가 민원 대응 전면 나서야"

입력 : 2023-08-14 오후 3:19:56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교육부가 학교 민원에 대해 교감과 교육공무직 등으로 구성된 민원대응팀에서 전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게 알려지자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도 학교 교무실·행정실 등으로 걸려 온 민원 전화의 경우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 응대하고 있는데 폭언과 욕설을 듣는 것은 물론 무시를 당하는 사례가 잦기 때문입니다.
 
특히 학부모들의 민원은 학생 생활지도와 연관된 부분이 대다수인 만큼 이러한 내용을 알 수 없는 직군인 교육공무직이 관련 민원 응대를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은 교장·교감 등 학교 관리자가 직접 민원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교육공무직 포함된 민원대응팀 구성 소식에…"지금도 다양한 악성 민원 겪어"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교육부가 '학교 민원 창구 일원화 체계'를 도입하게 됐다는 입장을 당 측에 밝혀왔다"면서 "앞으로 모든 민원은 교사 개인이 아니라 학교 기관이 대응하는 체제로 개선해 교장 직속 민원대응팀에서 전담하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민원대응팀은 교감과 행정실장, 교육공무직 등 5명 내외로 구성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교육부는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교권 확립 종합 대책'을 이달 안에 발표할 계획입니다.
 
해당 소식이 알려지자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미 학교 대표 전화번호를 통해 교무실·행정실 등으로 오는 민원의 대부분을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 응대하면서 각종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는 겁니다.
 
교육공무직은 교육부나 각 시·도교육청 산하 기관·학교에서 교육 지원 업무와 행정 업무 등을 담당하는 교직원입니다. 교무실무사·행정실무사·전산실무사·사서·영양사·조리사·시설관리원·초등돌봄전담사 등의 직종이 모두 교육공무직에 포함됩니다. 보통 교무실무사와 행정실무사가 학교 대표 번호로 걸려 오는 전화를 받습니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육공무직 노동자 A씨는 "담임 선생님이나 교장·교감 선생님에게 감정적으로 이야기하면 자신의 아이에게 피해가 갈까 봐 학교 대표 번호로 전화해 우리한테 갖은 폭언과 막말을 하고는 자신의 요구사항만 선생님에게 전해달라고 하는 학부모 등 다양한 악성 민원을 이미 겪고 있다"며 "우리 직종은 학생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없으니 학부모들이 더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를 민원대응팀에 넣으면 욕받이 역할을 하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교육부가 학교 민원에 대해 교감과 교육공무직 등으로 구성된 민원대응팀에서 전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게 알려지자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사진은 학교 교무실의 모습.(사진 = 뉴시스)
 
악성 민원으로 고통받는 주체만 교사에서 교육공무직으로 바뀔 수 있어
 
학교로 오는 민원의 대부분은 학생과 연관된 내용인데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은 학생들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지 않아 해당 민원을 담당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도 존재합니다. 또한 이번 학교 민원대응팀 대책은 악성 민원으로 고통받는 주체가 교사에서 교육공무직 노동자로 바뀌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또 다른 교육공무직 노동자 B씨는 "학부모들이 교무실·행정실에 전화해 제기하는 민원의 상당수가 학생과 연관된 부분인데 우리는 그 내용을 알 수 없어 어차피 교장·교감 등 학교 관리자에게 연결하는 역할밖에 못 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우리가 당할 갑질·폭언·욕설 등의 피해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도 학교 민원대응팀 대책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이미 많은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 고통과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례도 있다.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은 악성 민원에 시달려도 되나"라며 "학교 교무실·행정실은 민원인의 감정 쓰레기통이 된 지 오래됐다. 민원대응팀은 악성 민원 폭탄을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졸속 대책"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은 교사 및 학생들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 학교 일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교장·교감 등의 학교 관리자가 민원 대응의 전면에 나서는 게 적절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박성식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은 "박 의장 발언 이후 교육부에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고자 시도했지만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있다"면서 "학생과 연관된 민원은 교육공무직이 알 수 없는 내용인 만큼 교장·교감 등 학교 관리자 중심의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게 옳다고 생각된다"고 의견을 표했습니다.
 
교육부가 학교 민원에 대해 교감과 교육공무직 등으로 구성된 민원대응팀에서 전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게 알려지자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사진은 학교 교무실의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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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