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올해 기아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동희오토의 법인통합이 변수로 작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측이 임단협 요구안 중 미래 자동차 산업 관련 국내공장 신설 등 다양한 요구에 대해서는 상황을 고려하고 있지만, 동희오토의 법인통합 관련해서는 묵인하면서 입니다. 기아가 동희오토 법인을 통합하게 되면, 동희오토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 자격을 인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측은 단체교섭에 따른 임금 및 복지 등 비용부담을 지게 돼 법인통합에 부정적입니다. 반면 노조는 법인통합을 통해 노조의 세력을 더욱 확장하고, 하청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받겠다는 방침입니다.
20일 노동계에 따르면 기아 노사는 여름 휴가를 마치고 다시 임단협 협상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고용안정을 위한 투자 계획을 사측에 여러차례 요구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노조가 지난 6월 확정한 임단협 별도 요구안에는 정년연장과 함께 수소차·로보틱스·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의 신공장 설립, 미래 신산업(CPO) 전개, 동희오토 법인통합 등이 담겼습니다.
기아 노사가 6일 오토랜드 광명 본관에서 2023년 임금 및 단체교섭 상견례를 진행했다. (사진=기아 노사 제공)
◇조합원 고용불안 고심…동희오토 법인통합 사실상 '불가'
전동화 전환에 따른 조합원들의 고용불안 때문에 노조가 요구하는 부분입니다. 사측도 이러한 사안에 대해 미래 시장 전망과 회사 상황 등을 고려해 수용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노조가 동희오토 법인통합도 제시하면서 임단협에서 변수로 작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아는 동희오토 법인 통합에 대해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수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동희오토 지분율(그래픽=뉴스토마토)
동희오토는 지난 2001년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 동희산업이 45%, 기아 35.1%, 한국파워트레인 19.9%의 지분율로 동희오토를 설립했습니다. 다만 기아 측에서 동희오토 설립을 요구했던만큼 법인통합에 실질적인 결정권은 기아가 가지고 있다고 노조는 주장합니다.
◇ 동희오토 설립 배경 수익성…기아 '위장경영'
설립 배경은 수익성 때문입니다. 이전까지 기아는 비스토라는 경차를 생산하고 있었지만, 저가의 경차를 만들어 팔아서는 손해만 보기 때문에 동희오토를 설립해 하청을 맡긴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경차가 아닌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니로플러스와 스토닉을 동희오토에 위탁생산하기로 하면서 기아 노조가 동희오토의 법인통합을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당시 기아차지부 관계자는 "동희오토 최초 설립 당시 회사는 경차 전용공장이 필요하다고 했고, 현재까지 경차 생산공장이라는 취지대로 왔다"며 "하지만 니로플러스를 생산하면서 이전(회사 설립) 취지를 벗어났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동차 판매 가격은 점점 올라가는데, 동희오토 노동자의 임금은 50~60% 수준에 머물러 있고, 회사가 더 많은 이익을 남기는 구조를 만들었다"며 "대주주가 아니라고 하지만 경영 전반에 있어서는 기아차가 전부 다 관여하는 위장경영 상태이기 때문에 동희오토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노조의 요구대로 동희오토를 통합해 회사 근로자 및 파견 근로자들을 기아 정규직으로 편입시킨다면, 기아는 경차를 팔 때마다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기아가 동희오토를 법인 통합한다면, 동희오토 노동자들의 사용자로 인정하게 되는 것인데요. 업계에 따르면 동희오토 노동자들의 평균 연봉이 4000만원 초반인 반면, 기아 원청 노동자의 연봉은 지난해 기준 1억1200만원인데요. 이를 비교해보면 회사는 3배 가까이되는 연봉을 추가해야해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이와 관련해 기아 관계자는 "동희오토 합병이 수용불가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 학과 교수는 "기업이 위탁생산을 하는 이유는 영업이익률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법인통합을 하게 되면 동희오토 노동자들의 연봉 4000만원을 1억까지 올려줘야하는데, 이는 경차 생산을 하지 말라는 의미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기아 더 뉴 모닝(사진=기아)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