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사회 전반에 걸쳐 '노 재팬(No Japan)'으로 대변되던 반일 감정이 사그라지면서, 주류 업계에서도 일본 맥주의 인기가 치솟고 있습니다.
한때 불매 운동으로 퇴출됐던 맥주가 품절 대란을 일으키는가 하면, 이 같은 흐름에 힘입어 지난달 일본 맥주 수입량이 동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이미 맥주 시장은 '예스 재팬(Yes Japan)' 국면으로 전환된 분위기입니다.
20일 관세청 무역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일본 맥주 수입량은 작년 동월 대비 무려 239% 증가한 7985톤(t)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있는 2000년 이후 동월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수준입니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한 2019년 7월의 5132톤보다 크고, 직전 해인 2018년 7월 7281톤 규모도 넘어서는 수치입니다.
또 지난달 일본 맥주 수입량은 우리나라 전체 맥주 수입량의 35.5%에 달하며 6월에 이어 2개월 연속 맥주 수입국 1위를 차지했습니다. 사실상 수입 맥주 3캔 중 1캔은 일본 맥주인 셈이죠.
아울러 일본 맥주는 수입 규모도 크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일본 맥주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281.9% 급증한 677만5000달러로 파악됐는데요. 이는 동월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치인 2017년 7월 706만8000달러 다음으로 큰 규모입니다.
지난 3~4년간 일본 맥주는 국내 시장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 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반발해 수출 규제 조치를 내리자, 국내에서 일본 맥주에 대한 불매 운동이 거세졌던 까닭입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한·일 관계가 우호적으로 바뀌고 일본 상품에 대한 수요 회복세가 두드러지면서, 일본 맥주의 인기가 다시금 높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형마트, 편의점 매대에서는 아사히, 삿포로, 기린 맥주를 찾는 수요층이 눈에 띄게 증가한 추세입니다.
이 중 아사히 맥주는 편의점 등지에서 품절 대란을 빚으며 이번 일본 맥주 열풍에 크게 일조하고 있는데요. 아사히 수퍼드라이의 경우 통조림같이 캔 뚜껑 전체가 열리고 개봉 시 크림 거품이 풍성하게 올라와 흥미로운 제품에 관심을 기울이는 MZ(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탔습니다.
이에 일본 아사히 맥주를 수입하는 롯데아사히주류의 실적도 크게 개선됐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322억원으로 전년 대비 86.9%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35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실 특정 국가의 제품 불매 운동은 지속가능하게 유지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최근 한일 관계 회복으로 그간 억눌렸던 일본 제품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데, 일본 맥주의 인기도 이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주류 업계 관계자는 "일본 맥주의 경우 국내 맥주 업계와 비교해 콘텐츠가 다양하고, 브랜드 파워 면에서도 앞서는 것이 사실"이라며 "아사히, 삿포로 등은 세계 맥주 시장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발휘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봐도 무방하다. 아쉽지만 소비자들의 이목을 끄는 맥주 제품들이 우리나라보다 일본이 더 다양한 것도 이 같은 규모의 경제 차이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 서울 시내 편의점에서 고객이 아사히 맥주를 고르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