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기업은행(024110)이 3년째 디스커버리 펀드 투자 피해자들과 분쟁조정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김성태 은행장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디스커버리 펀드는 다른 사모펀드와 달리 문재인정부 인사들이 연루되면서 정권 유착 의혹이 일기도 했는데요. 기업은행이 미적거리는 사이 불법적인 펀드 돌려막기 정황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금융감독원 검사와 분쟁조정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2021년 5월 기업은행에 디스커버리 펀드 피해자에게 손실액의 40~80%를 배상하도록 보상 기준을 마련했는데요. 현재까지 분쟁 조정 합의율이 절반 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피해 보상 비율을 두고 기업은행과 투자자들 간 이견이 여전한데요. 기업은행은 금감원의 권고대로 보상 비율을 최대 80%로 두고 투자자별 합의를 진행하는 반면 투자자들은 투자원금 전액 보상을 비롯해 분쟁 기간 발생한 이자까지 포함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김성태 기업은행장이 취임하면서 디스커버리 펀드를 둘러싼 분쟁 조정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지기도 했습니다. 김 행장은 수석부행장이던 2021년부터 디스커버리 펀드 사태 해결을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이끌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김 행장 취임 후에도 분쟁조정에 진척은 없었습니다. 기업은행이 금감원이 권고한 최대 80% 보상안을 고수하고 있지만, 최대 보상 비율을 받을 수 있는 투자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은 그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보상 비율 합의를 요구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른 금융사와 달리 기업은행이 디스커버리 펀드 판매의 책임을 인정하는데 소극적이라는 점도 분쟁조정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이미 2021년 디스커버리펀드를 포함한 10개 사모펀드에 대해 100% 원금 보상을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기업은행이 3년째 디스커버리 펀드 투자 피해자들과 합의를 찾지 못하면서 김성태 은행장(사진)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디스커버리 펀드 사태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전 정부 인사가 연루됐다는 점에서 정권 유착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는데요. 기업은행이 부실 위험에도 불구하고 디스커버리 펀드를 적극적으로 판매한 것 아니냐는 겁니다. 올해 1월 퇴임한 윤종원 전 기업은행장도 전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인물입니다.
디스커버리 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펀드 자체가 부실하게 운영됐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고 있는 만큼 2021년 5월 분쟁조정을 거친 펀드 뿐만 아니라 글로벌 채권 펀드를 돌려막기 위해 운용사가 직접 운용했던 나머지 펀드에 대해서도 새롭게 분쟁조정위원회가 개최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디스커버리 펀드는 장하성 전 실장의 동생 장하원 대표가 운용한 펀드로 2017~2019년 시중은행과 증권사 등을 통해 판매됐는데요. 기업은행이 가장 큰 규모인 6792억원을 판매했습니다. 고수익의 안정적인 투자처라고 투자자들을 속여 부실 상태인 미국 개인 간 거래(P2P) 대출채권에 투자했다가 2019년 2500억원 규모의 환매 중단 사태를 낳았습니다.
디스커버리 펀드 운용 과정에서 돌려막기 등 불법 행위가 최근 새롭게 드러났는데요. 금감원은 조만간 기업은행 등 디스커버리 펀드 판매사들의 불완전판매에 대해 전면 재검사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특히 기존 디스커버리 펀드 분쟁조정 절차에서 고수하던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배상'이 아닌 '계약 취소' 방식 적용까지 검토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