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 중 '연구개발(R&D) 분야 예산'이 줄면서 미래혁신성장의 기틀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심이 팽배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연구기관 현장에서는 기초 연구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면서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투자 대비 성과가 미흡했다며 나눠먹기식의 소규모 R&D 사업과 폐쇄적인 연구 체계의 다듬질을 강조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됩니다.
기획재정부가 29일 발표한 '2024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R&D 분야 예산은 25조9152억원으로 2023년 31조778억원보다 5조1626억원(16.6%) 줄었습니다.
세부 분야별로 보면 과학기술·통신 분야가 10조223억원에서 9조768억원으로 감소했습니다. 이중 개인 기초 연구 사업은 1조6367억원에서 1조6363억원으로 줄었습니다.
교육 분야는 2조9879억원에서 1조2476억원으로 대폭 감액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공학 학술 연구 기반 구축 사업은 5290억원에서 3927억원, 산학연 협력 활성화 지원 사업은 262억원에서 196억원으로 규모가 축소됩니다.
정부는 R&D 투자가 급증했는데도 가시적인 성과 도출이 미흡하다는 판단입니다. 지난 2018년 정부 R&D 예산은 19조7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10.9% 증가했습니다.
정부는 34년 전인 1989년 민·관·산·학 협력으로 이뤄진 4메가 D램 반도체와 같은 파급력을 예로 들었습니다.
또 나눠먹기식의 소규모 R&D 사업이 난립하고 국내 연구진·자금 중심의 폐쇄적인 연구 체계도 개선한다고 지목했습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통상 R&D, 농업, 중소기업 예산은 성역처럼 돼 있어 무조건 올렸는데, 현장에서는 돈이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각종 반발이 있을 수 있었지만, 이 작업을 하면서 큰 틀을 바꿨다"고 말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29일 발표한 '2024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R&D 분야 예산은 25조9152억원으로 2023년 31조778억원보다 5조1626억원(16.6%) 줄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정부 출연 연구기관(출연연) 등 현장에서는 R&D 예산 삭감안을 철회할 것을 주창하고 있습니다.
이어확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지금 이 상황이 될 경우에는 연구를 진행하지 못한다"며 "1년6개월 동안 현재 정부하고도 협의를 거쳐 계획했던 연구 여건이 하루아침에 다른 정부가 들어온 것처럼 바뀌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업처럼 성과를 요구하는 순간 출연연이 있을 이유가 없다. 투자한 만큼 제품이 나오는 것은 민간에서 연구하면 된다"며 "규모가 있지만 돈이 안 되고 오랫동안 꾸준히 해야 하는 연구, 민간에서 하기 어려운 기초 연구를 하라고 정부에서 출연해서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당장 모든 연구비와 예산으로 지금까지 있는 기술을 다 종합해 물건을 만들라고 하면 2~3년 정도 먹고살 만한 것이 나올 것"이라며 "그런데 문제는 이후 기초를 키우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이상 먹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성토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29일 발표한 '2024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R&D 분야 예산은 25조9152억원으로 2023년 31조778억원보다 5조1626억원(16.6%) 줄었습니다. 사진은 '정부 R&D 제도 혁신 방안' 브리핑.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