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대규모 유상증자 발표 후 온갖 논란을 몰고 다녔던 기업들이 드디어 유증 청약 일정에 돌입합니다. 제 몸집보다 큰 유증을 발표한
CJ CGV(079160)와 조 단위 자금 조달 계획을 밝힌
SK이노베이션(096770),
한화오션(042660)은 모두 주주들의 거센 반발을 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긍정적인 쪽으로 정리되는 분위기입니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유증의 성패 여부와 그 후의 행보로 옮겨가 있습니다.
CJ CGV, 고비 넘으면 한숨 돌린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CJ CGV는 다음주 월요일인 9월4일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격을 확정 공시합니다. 1차발행가액은 5890원으로 공시했지만 유증 발표 후 주가가 하락해 이보다 소폭 하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규모 유증이 발표되면 주가가 급락하기 때문에 유증 공시 전의 주가가 반영된 1차발행가보다는 2차발행가로 확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CJ CGV의 경우 2차발행가액은 30일부터 내달 1일까지 주가를 가중산술평균해 25% 할인율이 적용됩니다. 현재 주가 수준이 유지될 경우 유증가는 5700원대 중반이 될 전망입니다.
유증가가 확정되면 9월 6일과 7일 기존 주주들의 신주 청약이 진행됩니다. 유증 청약을 위해 주주들에게 배정됐던 신주인수권은 지난 18일 상장돼 24일 거래가 종료됐습니다. 당시 신주인수권 시세가 주가에 비해 너무 낮게 형성돼 유증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크지 않다는 사실이 재차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기존 주주들의 경우 보유주식을 매도하고 신주인수권을 추가 매수해 청약에 참여하는 것이 더 유리해, 이것이 주가 하락을 부추기기도 했습니다.
CJ CGV는 발행주식의 1.4배에 달하는 대규모 유증을 발표한 데다 최대주주인 CJ가 현물출자 계획만 밝혀 비난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에 최근 제3자배정으로 추가 참여를 발표했죠.
6월 하순 유증 공시가 나온 직후부터 지금까지 CJ CGV는 온갖 논란을 몰고 다닌 ‘트러블 메이커’였지만 유증에 성공할 경우 한숨 돌릴 수 있게 됩니다. 증권업계의 전망도 부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30일 대신증권은 영화관 산업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CJ CGV의 목표가를 1만3000원으로 제시한 리포트를 발간했습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8월 기준 전국 관객수는 팬데믹 전인 2019년의 56%, 박스오피스는 67%로 회복됐다며 내년에는 각각 71%, 90%까지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한 팬데믹 기간 중 OTT 채널 디즈니+로 공개했던 마블(MCU) 신작들도, 스칼렛 요한슨과의 소송 결과 영화관 상영 45일 후 OTT에 오픈할 수 있다는 조항이 마련돼 영화관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캡틴아메리카4’, ‘로키2’, ‘캡틴마블2’, ‘데드풀3’ 등 MCU의 대형 후속작이 예정된 것도 긍정적입니다.
김 연구원은 올해 CJ CGV의 연결 영업이익을 840억원(별도 640억원)으로 추정하면서도 리스 자산(영화관 등)의 회계처리 문제로 순손실을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비용이 줄어드는 방식이라며 순이익 증가를 전망했습니다.
SK이노, 신주인수권 시세 보면 알아요
CJ CGV의 유증 공시 사흘 뒤에 대규모 유증을 발표했다는 이유로 도매급으로 비난을 받은 SK이노베이션도 유증 가격 확정과 청약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819만주, 전체 주식의 9% 정도를 더 발행하는 유증 계획을 발표했지만, 덩치가 너무 커서 조 단위(1조3014억원)가 돼 주주들의 반감을 샀습니다. 주가에도 투자자들의 실망이 그대로 반영돼 있습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유증 자금을 신규 친환경사업에 투자할 예정이어서 CJ CGV와는 확연하게 구분됩니다. 조달한 자금은 부천대장지구에 배터리 및 신규 그린사업 관련 연구개발(R&D) 캠퍼스를 조성하는 데 5422억원, 수소·암모니아 에너지 기술개발에 924억원, 폐기물 가스에너지 생산 투자에 2244억원, 탄소포집저장(CCUS) 기술투자 924억원, 그리고 나머지 3500억원을 채무상환에 쓸 예정입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이번 유증이 필수적이라는 데 동의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주주들이 반길 리 없습니다. 그래도 유증 발표 당시 배럴당 70달러를 밑돌았던 국제유가(WTI)가 80달러 위로 올라선 것은 유증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을 바꿀 수 있는 요인입니다.
SK이노베이션도 유증 1차발행가(15만8900원)가 소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2차발행가는 9월6일 주가에 20% 할인율을 적용, 확정됩니다. 현재 주가가 유지될 경우 20% 할인율을 반영하면 14만원대입니다. 현재 3만6000원대까지 오른 신주인수권(SK이노베이션 8R) 시세는 적정한 수준으로 보입니다. 신주인수권은 25일 상장돼 31일에 거래가 종료됩니다.
SK이노베이션의 유증 청약일은 9월11~12일이며 신주는 10월4일에 상장합니다.
한화오션, 너무 먼 미래에 2조 ‘몰빵’
한화오션은 주가만 보면 이들에 비해 순탄한 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유증과 관련한 소문이 먼저 돌았는지 5만원을 눈앞에 두었던 주가가 유증 공시에 앞서 급락했고 유증 발표 직후엔 3만5000원을 찍었지만 곧바로 기운을 차리며 4만원을 회복했습니다. 신주 예정 발행가 2만2350원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의 주인이 정해지기 전부터 유증이 예고된 경우입니다.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돼 정상화가 진행 중인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경우 추가 자금 조달을 통한 기업 정상화가 예정된 수순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증권업계에서는 부정적 평가가 줄을 이었습니다. 기존 주식수 대비 41%가 넘는 물량 부담도 크지만, 자금 조달의 이유가 먼 미래에 치중해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한화오션은 유증 목적을 방산사업 확장과 디지털 친환경설비 고도화, 신사업 투자라고 밝혔습니다. 곧바로 이자비용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는 영구전환사채 상환은 빠져 있습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투자회수 시점이 2027년 이후가 될 것”이라며 적정주가를 3만원으로 하향했습니다.
대규모 유증이 발표되면 유증 가격이 확정돼 구주주 청약을 진행하고 신주가 상장하기 전까지 약 3개월에 걸쳐 온갖 노이즈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사이 투자자들이 느끼는 피로감은 상당하겠지만 논란 속에서 주목할 것은 유증의 성격과 유증 후 기업의 회생 또는 성장 가능성입니다. 부정적 뉴스가 홍수처럼 쏟아졌던 CJ CGV와, 승승장구하던 한화오션에 대한 증권업계의 평가가 엇갈린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