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윳값 도미노 인상 시작…"물가 불안 커진다"

원윳값, 10월 1일부터 1ℓ당 88원 오른 1084원
서울우유 3000원 넘지 않을 듯…매일·남양도 "시기 조율 중"
서민 부담 증가 불가피…물가 불안의 또 다른 단초 될 수도

입력 : 2023-08-3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우유의 재료가 되는 원유(原乳) 가격 인상이 최종 확정되면서, 유업계의 가격 상승도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이번 원유 가격 인상폭은 8.8%로 10년 만에 최대치인 만큼, 정부도 업계에 대해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하고 나선 상황인데요.
 
이에 유업계는 우윳값 인상을 3% 수준으로 최소화하며 '3000원 선'을 넘지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최근 폭우, 폭염에 따른 외식 물가 상방 압력이 커지는 분위기 속에 이번 우윳값 상승이 또 다른 물가 불안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30일 유업계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는 지난 29일 이사회를 열고 흰 우유 등 음용유용 원유 기본 가격을 1리터(ℓ)당 88원 오른 1084원으로 확정했습니다.
 
이는 낙농진흥회가 지난 2013년 106원 올린 뒤 10년 만의 최대 인상폭입니다. 아울러 인상된 원유 가격은 오는 10월 1일부터 적용됩니다.
 
원윳값이 인상되면 당연히 우윳값 상승으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원유 가격이 1ℓ당 49원 오르자 업체들은 우유 가격을 10% 안팎으로 올린 바 있는데요. 때문에 올해 흰 우유 가격은 900밀리리터(㎖) 및 1ℓ 기준으로 3000원을 넘길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올해에는 우유 가격이 우려하던 3000원 선을 넘어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유업체와 만나 과도한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일단 낙농진흥회의 결정 직후 서울우유협동조합은 10월 1일부터 납품하는 '나 100% 우유' 1ℓ 출고가 인상률을 3% 수준으로 결정했습니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흰 우유 가격을 6%가량 인상했는데요, 올해는 소비자 물가 안정 차원에서 인상폭을 최소화했다는 설명입니다. 이에 따라 나 100% 우유 1ℓ 소비자 가격은 2900원 후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선두 업체인 서울우유가 3000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가격을 책정한 만큼, 매일유업과 남양유업도 이 수준을 따를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원윳값 인상으로 흰 우유 가격도 일정 부분 조정돼야 하는 상황이라 내부 논의 중에 있다"며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제품 출고가 상승폭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남양유업 관계자는 "물가 인상에 따른 소비자 염려를 고려해 가격 인상 수준과 시기를 다각도로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유업계가 올해 흰 우유 가격을 3000원 안팎 수준에서 결정했지만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들의 부담 확대는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우윳값이 상승하는 시기도 문제인데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물가 상승률은 2.3%로 2년 1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만, 이는 올 들어 마지막 2%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우윳값 상승은 빵, 아이스크림, 커피 등 먹거리 가격 인상으로 직결돼 간접적인 물가 불안의 요인으로 작용하는데요. 올 하반기 들어 폭우, 폭염이 반복되며 작황 악화로 농수산물의 가격이 급등하고 석유류 가격까지 오르는 분위기 속에 외식 물가 가격 상승세까지 더해질 경우, 이달 물가 상승률이 다시금 3%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 외식 업계 관계자는 "마진이 많지 않은 흰 우유의 인상률이 3%라는 것은 유업계가 정부 권고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라면서도 "이와 별도로 우윳값 상승은 각종 가공식품의 인상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최소한 연말까지 먹거리 물가는 잡히기 어려울 것 같다"고 우려했습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손님들이 우유 상품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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