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액화석유가스(LPG) 판매가격을 짬짜미한 제주도 LPG 충전사업자들이 공정당국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제주도 LPG 프로판 도매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천마, 제주비케이 등 담합 업체들은 판매단가 인상 뿐 아니라 거래처 물량침탈 금지에도 합의해왔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주도 LPG 충전사업자인 천마, 제주비케이, 제주미래에너지, 한라에너지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25억8900만원을 부과한다고 3일 밝혔습니다. 또 담합을 주도한 천마, 제주비케이에 대해서는 검찰고발을 결정했습니다.

 

공정위 조사 내용을 보면 이들은 지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담합을 통해 LPG 판매가격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이들은 사실상 제주도 내 유일한 LPG 충전사업자들로 사업자별 점유율이 천마 36.4%, 제주비케이 28.6%, 제주미래에너지 21.7%, 한라에너지 13.3%에 달합니다.

 

제주도 내 LPG 판매점들은 이들에게 LPG를 사들인 뒤 용기·벌크로리 차량을 이용해 공동주택, 영업점, 단독주택 등에 LPG를 공급합니다.

 

제주지역은 LPG가 주된 연료이나 LNG 공급을 위한 도시가스 배관망이 발달하지 못한 곳입니다. 하지만 2020년 3월말부터 제주시 내 2만7000여 세대에 LNG 공급이 시작되면서 위기의식을 느껴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입니다.

 

이들은 이후 2020년 8월부터 가격경쟁을 중단하고 LPG 판매단가를 인상하는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특히 별도 모임을 통해 2020년 9월 천마와 제주비케이가 LPG 매입·매출 등 영업 부분을 공동으로 수행·관리하는 새로운 법인 설립·운영에 합의했습니다.

 

같은해 11월에는 한라에너지가 동참했고 LPG 시장의 상호 간 거래처를 인정하기로 정했습니다. 점유율을 유지하되, 단계적 LPG 판매단가 인상에 합의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이들은 2020년 11월2일부터 2020년 12월15일까지 각자 거래 중인 판매점들에게 LPG 공급단가를 기존 판매가 대비 kg당 최대 130원까지 인상하는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또 판매점·LPG 대량수요처인 산업체 등과의 계약에서도 기존 거래처를 상호 침탈하지 않기 위해 서로 판매점 정보와 판매가격을 공유했습니다. 상대방 거래처에 일부러 높은 단가의 견적을 제시하거나 LPG 구매 입찰에 들러리로 참여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공정위 측은 "이번 공동행위는 담합에 참여한 4개 사업자보다 낮은 가격으로 LPG 프로판 수량을 공급할 수 있는 경쟁자가 존재하지 않는 제주도의 LPG 공급시장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며 "이번 담합행위가 시장에서의 경쟁을 직·간접적으로 제한해 LPG 프로판 가격상승을 초래한 점을 감안, 엄정하게 조치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