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사이언스, 신사업보다 무자본 M&A가 더 위험

인수 대금 대부분 고금리 주식담보대출…무자본 M&A 유사
사그라들지 않는 리튬 기대…'폭탄 돌리기' 우려
담보비율 위험 신호에 상한가…'한정' 의견에 결국 반대매매

입력 : 2023-09-0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리튬 신사업 실체에 대한 의혹으로 주가가 급락했던 테라사이언스(073640)가 리튬 사업을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라 밝히며 주가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리튬 신사업 기대감이 투자자들을 재차 유혹하고 있는 모습인데요. 전문가들은 신사업의 실체 여부보다 무자본 인수합병(M&A)에 대한 위험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주가, 리튬 실체는 뒷전
 
(그래픽=뉴스토마토)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테라사이언스는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29일에도 장중 27.77% 상승하기도 했죠.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1일까지 테라사이언스의 주가 상승률은 128.47%로 이기간 국내증시에서 주가 상승률 2위를 기록했습니다.
 
테라사이언스의 주가 급등은 사측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신안 리튬 사업은 계획대로 진행 중’이란 공지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테라사이언스는 지난달 23일부터 30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신안리튬사업과 관련한 사진 및 동영상을 5차례에 걸쳐 올렸는데요. 굴착작업을 위한 굴착기 사진 및 영상, 사업장 예상 도면 등을 공지했습니다. 
 
신안 리튬 사업에 대해선 “현재 사업지 내에 추가 관정을 확보하기 위하여 시추 준비를 끝내고 신고필증 받는 즉시 시추를 시작할 것”이라며 “사업지 내에 연구동과 사무동 건축허가를 빠른 시일 내에 득하고 착공할 예정으로 국민검증단 및 언론사와 전문가들을 모시고 리튬 사업에 관한 시연회를 조만간 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테라사이언스는 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리륨사업 실체에 대한 의혹을 보도하며 주가가 급락한바 있습니다. 지난 7월28일 KBS ‘추적60분’의 ‘테마주의 유혹: 진주와 껍데기’ 방송이 공개된 이후 상·하한가를 오가며 높은 주가변동폭을 보였는데요. 지난 7~8월 테라사이언스의 주가는 고점(7640원) 대비 7분의 1 수준인 1114원까지 급락했습니다. 
 
급락 중 상한가…반대매매 회피용 주가 부양
 
사측의 반박으로 테라사이언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금 높아졌지만, 고점 대비 큰 폭으로 주가가 하락한 원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테라사이언스 주가는 지난 7월 방송 이후 하락세를 보이긴 했지만 8월들어 재차 상한가에 진입하며 주가를 부양하는 모습이었는데요. 지난 14일 주가가 다시 급락하면서 1년래 최저가인 1114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원인은 최대주주의 반대매매. 금융투자업계 한 전문가는 8월초 테라사이언스가 상한가에 오른 것에 대해 “급히 주가를 부양해야할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테라사이언스 최대주주인 씨디에스홀딩스는 테라사이언스 인수 당시 대금의 상당 부분을 고금리 주식담보대출로 치렀습니다. 씨디에스홀딩스가 테라사이언스 지분 인수에 사용한 금액은 400억원인데요. 이중 195억원은 주식담보대출로 마련했습니다. 양수대금 중 80억원은 현금이 아닌 타법인 CB로 대용납했습니다. 지난 7월 기준 시디에스홀딩스의 주식담보대출은 207억원에 달합니다. 
 
한 대부업체(와이앤제이대부)와 체결한 112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은 담보유지비율 165%, 금리 10%에 달합니다. 담보로 맡긴 주식은 520만주인데요. 담보비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주가가 3554원 수준을 지켜야합니다. 그러나 추적60분 방송 이후 장중 주가가 3320원까지 떨어졌죠. 반대매매를 피하기 위해 급히 주가를 띄울 필요가 있었단 겁니다.
 
테라사이언스 주가가 상한가에 올랐지만 8월14일 반기보고서 ‘한정’의견이 나오면서 16일 하한가에 진입했고 반대매매가 이뤄졌습니다. 지난달 16~17일 반대매매로 장내매도된 주식만 773만1679주로 발행주식의 8.44%에 달합니다. 11.73%수준이던 씨디에스홀딩스의 지분은 3.17%까지 떨어졌죠. 최대주주 유지도 힘들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17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과 주식증여를 통해 지분율을 4.02%까지 끌어올렸습니다.
 
M&A 끝은 반대매매…특정세력 수백억 차익
 
시디에스홀딩스의 테라사이언스 인수는 무자본 M&A와 유사한 모습인데요. 빌린 돈으로 기업 M&A에 참여한 후 시세 조정 등 불공정거래 행위로 이어지는 것은 자본시장에서 흔하게 적발되는 사례입니다. 특히 테라사이언스는 기발행했던 전환사채(CB)가 많았는데요. 무자본 M&A 세력들은 단기 차익실현을 위해 재활용 CB가 많은 상장사를 선호하기도 하죠.
 
실제 테라사이언스는 최대주주 변경을 전후로 CB의 손바뀜이 수차례 이어졌습니다. 테라사이언스는 그간 발행했던 CB 콜옵션을 활용해 대부분 만기전 상환해왔는데요. 대부분이 상환됐지만, 소각되지 않고 모두 재매각 처리됐죠. 재매각된 CB들은 여러 투자자들에게 나눠서 매각해 대량보유 보고(5%룰)를 피해 주식전환 됐습니다. <뉴스토마토>에서도 이 부분을 수차례 보도한 바 있는데요. (테라사이언스, CB 전환 중 쏟아지는 호재 www.newstomato.com/ReadNews.aspx)  CB투자자들의 평가차익은 고점 기준 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최대주주 변경 이후 이어진 호재 속에서 직접적으로 주식을 팔진 않았지만, 테라사이언스로부터 재활용 CB를 인수한 특정 세력들은 차익을 챙긴거죠. 전문가들은 호재성 자료 발표 및 주가 급등 타이밍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재매각 CB의 경우 여러 투자자들에게 나뉘어 매각되는데 쪼개진 CB는 발행된 물량과 관계없이 5%을 피해 매도될 수 있다”면서 “재활용된 CB를 인수하는 주체들 역시 무자본 M&A 등의 우호 세력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무자본 M&A 및 시세조작 의혹과 관련 문의를 위해 테라사이언스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사진=테라사이언스 홈페이지 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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