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구조조정이라더니…내국세 줄인 지방재원 '삭감'

2024년 국세수입안 규모 367조4000억원
내국세 수입 321조7000억원…10.1%↓
지방 이전재원 15조4000억원 줄어 '타격'

입력 : 2023-09-04 오후 5:41:26
 
 
[뉴스토마토 김유진 기자] 정부가 건전재정, 지출구조조정으로 강조한 내년도 예산안이 사실상 지방재원을 대폭 줄인 폭탄 돌리기식 예산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내년 내국세 수입이 10.1%(36조3000억원) 가량 줄면서 지방정부의 희생만 초래시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4일 나라살림연구소의 '나라살림 브리핑' 분석 내용을 보면 내년도 총지출이 소폭 증가한 주 원인은 지출구조조정이 아닌 내국세의 감소 탓이라는 지적입니다.
 
앞서 정부는 "2023년 건전재정 기조로 전면 전환한 데 이어 건전재정기조는 흔들림 없이 견지한다"고 주창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한 증거로 2.8%로 제한된 지출 증가와 23조원의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을 언급했습니다.
 
2024년도 국세수입안 규모는 367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 400조5000억원 대비 8.3% 줄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올해 본예산 내국세 수입액 358조원에서 내년 내국세 수입은 321조7000억원으로 36조3000억원 감소했습니다. 무려 10.1%나 줄어든 셈입니다.
 
내국세가 감소하면 지방교부세법 및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지방정부의 지방교부세와 교육청 재원인 교육재정 교부금도 자동으로 줄어듭니다. 
 
이는 정부의 지출 구조조정 노력보다는 감세정책·경기 불황 등으로 세수입이 감소한 것이며 지방정부의 희생이 초래된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입니다.
 
4일 나라살림연구소의 '나라살림 브리핑' 분석 내용을 보면 내년도 총지출이 소폭 증가한 주 원인은 지출구조조정이 아닌 내국세의 감소 탓이라는 지적입니다. 그래픽은 2024년 예산안 분석.(그래픽=뉴스토마토)
 
내년도 예산안을 들여다보면 내국세 10.1%가 감소함에 따라 지방 이전재원은 총 15조4000억원 줄어들게 됩니다.
 
정부는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낭비적 지출을 철저히 제거했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이 2.8%로 나타난 이유는 지방 이전재원의 감소 영향이 큽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내국세가 줄어들지 않고 종부세 등 감세조치 등이 없이 내국세에 연동되는 지방 이전재원이 감소하지 않았다면 2024년도 총지출액은 672조3000억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올해 대비 5.3% 늘어난 규모입니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내국세 증가율을 4.4%로 가정할 경우 지방 이전재원 증가분을 고려한 2024년 총지출액은 678조9000억원입니다. 이는 올해 대비 6.3% 늘어난 규모입니다.
 
지난 정부가 예산을 편성한 2018년, 2019년의 총지출은 각각 7.1%, 9.5% 증가했습니다. 당시 내국세 증대에 따라 자동으로 지방이전재원이 증가했습니다.
 
2018년도 결산상 통합재정수지 흑자 규모는 31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2019년 결산상 통합재정수지는 12조원 적자를 기록했으나 이는 올해 적자 규모(-50조원 예상)와 2024년 통합수지적자규모(-44조8000억원)보다 적은 규모입니다.
 
건전재정은 지출측면뿐만 아니라 수입측면도 같이 봐야 하며 지출의 증감은 정부의 재정 운용의 의지가 아니라 내국세에 자동으로 연동되는 측면이 크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입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에서 확대재정을 통해 적극적 재정정책을 펴고 윤석열 정부에서 건전재정을 추구한다는 각 정부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문 정부의 경우 내국세 증대에 따라 지방이전재원이 자동으로 늘어나 재정지출 증대 착시효과가 발생했습니다. 반대로 윤 정부는 '건전재정'을 추구한다기에는 재정수지 적자가 지나치게 큽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효과적인 지출 구조조정으로 재정건전성이 달성됐다면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 노력을 홍보할 수 있다"며 "그러나 만일 내국세 감소에 따라 자동으로 연동되는 지방이전재원이 감소했다면 이는 자랑이 아니라 반성과 사과를 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정부가 자랑하는 재정건전성을 위한 허리띠 졸라매기는 정부의 노력과 의지로 줄어든 것이 아니라 내국세 감소로 인해 자동으로 발생한 지방정부의 희생을 통해 얻어진 결과"라며 "감세는 중앙정부가 하고 그에 대한 피해는 지방정부가 지게 돼있는 구조"라고 꼬집었습니다.
 
지방정부의 행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올해 세입결손을 2025년 이후에 반영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내국세가 큰 폭으로 증가하거나 감소하게 되면 피해를 지방정부가 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내년 내국세 감소로 지방 이전재원이 줄어들 것을 고려해 2023년 세입결손을 내년이 아닌 2025년에 반영하는 것이 지방정부의 타격을 줄일 수 있다고 봤습니다. 
 
한편 '건전재정'을 위해 외국환평형기금을 활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날 참여연대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올해 7월까지 세수결손 규모는 43조4000억원이며 역대급 세수결손을 충당하기 위해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 활용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는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외평기금 예탁금을 조기 회수해 이를 일반회계 재원으로 넘기겠다는 심산"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국채발행도, 감액추경도 하고 싶지 않은 윤석열 정부의 궁여지책"이라며 "하지만 공자기금도 상당수는 국채 발행으로 조달된 자금이다 보니 결국 공자기금 활용의 실질은 세수결손을 빚으로 메우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감세정책의 도그마에 빠져 줄어든 세수입 보충을 위해 외평기금 등 총지출 밖에 존재하는 자원을 활용하거나 국유재산을 매각하는 등 윤석열 정부의 꼼수를 지적한다"며 "재벌부자감세를 철회하고 제대로 된 세입확충 방안을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4일 나라살림연구소의 '나라살림 브리핑' 분석 내용을 보면 내년도 총지출이 소폭 증가한 주 원인은 지출구조조정이 아닌 내국세의 감소 탓이라는 지적입니다. 사진은 출근하는 직장인들.(사진=뉴시스)
 
세종=김유진 기자 y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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