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경영승계 리포트)대한약품, 3세경영 본격화…낮은 지분율은 리스크

이승영 사장 지분율 6.28%…비우호 지분은 7.5%
경영권 방어 힘들어…상속·증여세도 부담으로 작용
수액제 집중된 구조 한계…수익 다변화 과제

입력 : 2023-09-0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이윤우 대한약품(023910) 회장의 장남인 이승영 사장이 올해 단독 대표로 취임하면서 오너3세 경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그는 2002년부터 회사 경영에 참여하며 경영 승계를 위해 꾸준하게 지분을 매집 중인데요. 현재 지분율이 6.28%에 그쳐 경영권 불안을 야기하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9월 현재 대한약품의 최대주주는 이윤우 회장으로 21.5%(128만9700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어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 8.12%(48만6986주), 미래에셋자산운용 7.17%(43만319주)입니다. 
 
비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이인실 창업주의 차남인 이광우 전 대한약품 감사가 3.75%, 3남인 이용우씨의 지분 증여로 그의 아들인 이승경·이승욱씨가 각각 1.87%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보유한 지분을 합치면 7.5%로 이승영 대표가 보유한 대한약품의 지분을 넘어섭니다. 경영권을 둘러싸고 사촌 간 분쟁이 발생하면 결코 안정적인 상황이 아니지요. 
 
이승영 사장은 현재 오너 3세 가운데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는 미국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캠퍼스에서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2002년 대한약품에 입사했습니다. 이후 꾸준히 경영수업을 받아오다가 2017년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뒤 2020년 부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지분율 6.28%…수백억원대 상속세 부담 작용 
 
향후 승계 과정에서 6.28%에 그치는 이승영 사장의 지분율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경영권을 방어하기 어려운 데다, 이윤우 회장의 지분을 넘겨주는 과정에서 상당한 상속·증여세가 예상되기 때문인데요. 현행법에 따르면 상속 재산이 30억원 이상일 경우 상속세 최고세율은 50%가 적용됩니다. 최대주주 주식은 할증이 적용돼 세율이 최고 60%에 달합니다. 이윤우 회장의 지분을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약 358억원이고, 60% 세율을 적용하면 이승영 사장은 상속증여세로 약 215억원 가량을 부담해야 합니다. 
 
이승영 사장은 2002년 사내이사로 선임된 뒤 지분이 0.98%에 불과했지만 지난 21년 동안 장내매수 형식의 꾸준한 지분 매입을 진행하며 승계에 대비해 왔는데요. 근 10여 년 동안에는 85차례에 달하는 지분 매입이 이뤄졌습니다. 가장 최근에 이뤄진 매집은 지난 6월로, 200주를 장내매수를 통해 매수했습니다. 
 
이승영 대한약품 대표이사. (사진=대한약품)
 
이윤우 회장 역시 꾸준히 지분을 매입 중인데요. 대표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총 19차례의 지분 매수가 이뤄졌습니다. 이는 지배력 강화와 함께 주가 하락으로 변동성이 커진 상태에서 불안정성을 완화하기 위한 매입으로 풀이됩니다. 대한약품의 주가는 지난해 말 3만2300원까지 올랐으나 현재는 약 13% 하락한 2만7000원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반면 대주주인 피델리트는 최근 10개월간 66억원어치의 보유 지분을 처리했는데요. 주요주주의 지분 처분이 주가 하락 신호로 작용할 위험이 높아진 상황이죠. 
 
수액제 의존 사업구조 탈피 매출다변화 과제 
 
경영권 승계와 더불어 수액제에 의존하고 있는 사업구조를 바꾸고 신성장동력을 찾는 것도 과제입니다. 이승영 대표는 취임 당시 "불확실해지는 미래 경영환경에 대비한 대내외적인 경쟁력 확보가 일차 경영 목표"라고 밝혔는데요. 1945년에 설립된 대한약품은 주로 수액제와 주사제 위주 제품을 만들어 오며 다변화한 수익구조를 갖추지 못했습니다. 대한약품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의 76%(728억원)가 수액제에서 나왔습니다. 같은 기간 매출액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0.64%에 불과하고, 연구개발 담당 조직 인원은 7명입니다.
 
대한약품이 생산하는 수액제는 수요가 꾸준하고, 기초수액제는 퇴장방지 의약품으로 지정돼 안정적인 매출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최근 수익 구조 다변화를 위해 종합영약수액제를 선보이기도 했죠. 그러나 내수와 기초수액제에 집중된 사업구조는 대외 상황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대한약품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9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81억원으로 12.1% 늘었습니다. 코로나19로 악화한 실적이 엔데믹으로 병·의원 입원환자가 증가하면서 점차 회복세를 보인 데 따른 것이지요. 
 
정홍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초수액제 수요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입원일수 증가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이나 대한약품의 본업인 기초수액제와 급여체계, 판매채널, 수요, 마케팅 등이 모두 다른 종합영양수액제에서 매출 다변화를 꾀하기는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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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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