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조합비 회계공시·보조금 예산 제로…노조 압박 '재시동'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10월 1일부터 시행
내년도 노조 국고 보조금 지원 전면 폐지
"노조회계 투명화 시급"vs"노동부 행위 치졸"

입력 : 2023-09-05 오후 5:22:01
 
 
[뉴스토마토 김유진 기자] 정부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당초 계획보다 3개월 앞당긴 10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하면서 노동계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사업장별 단위 노동조합 외에도 총연맹단체(양대 노총), 산별노조가 공시를 하지 않을 경우 세액공제를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최대 290만명에 달하는 노동조합원을 향한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 강화가 시급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노동계는 '노조 압박'이라고 주창합니다. 특히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한 조사 결과도 조만간 예고된 만큼, 노동개혁을 둘러싼 노정 갈등은 더욱 심화될 조짐입니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이 회계를 공시하면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5일 밝혔습니다. 조기 시행을 위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재입법예고는 오는 11일까지 진행합니다.
 
노동조합 결산결과가 담기는 '노동조합 회계공시 시스템'은 다음 달 1일 개통될 예정입니다. 노조와 산하조직은 이날부터 11월 30일까지 공시 시스템에 지난해 결산결과를 공시할 수 있습니다. 
 
노조와 상급단체가 회계를 공시하면 조합원이 올해 10~12월에 납부한 조합비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이 부여됩니다. 조합원은 공시시스템에서 노조의 공시여부를 확인하고 내년 1월 연말정산에 조합비 세액공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조합원들이 공제를 받도록 하려면 노조 회계를 정부가 들여다볼 수 있도록 공시해야합니다.
 
정부는 '노조 투명성 확보'를 거론하고 있지만 노동계는 '노조 길들이기'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닙니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노조의 국고 보조금 지원을 전면 폐지하면서 진통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발표한 2024년 예산안을 보면, 올해 노조 지원 예산은 44억7200만원이었는데 이 금액을 모두 삭감했습니다. 
 
아울러 정부는 올 상반기 1000인 이상 근로시간면제제도 운영 실태조사에 대한 결과를 들어, 법정한도를 초과해 근로시간면제제도를 인정하거나 노조에 과도한 운영비를 지급하는 것은 노사관계를 해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당초 계획보다 3개월 앞당긴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5일 밝혔습니다. 사진은 시위하는 민주노총.(사진=뉴시스)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동조합 운영이 공시 대상이 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노조법 등에 의해 운영사항을 비치하고 운영되는 노조를 비리가 있는 집단처럼 매도하는 것부터 회계공시까지 모든 과정이 간섭과 통제를 목적으로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재입법고시는 본인들이 운영하는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소득공제에서 제외하겠다는 협박"이라며 "소득공제를 볼모 삼아 세칭 '돈 가지고 장난치는' 노동부의 행위는 치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근로시간면제제도 운영실태 조사 자체가 노조를 흠집내고 국민들로부터 고립시키려는 것"이라며 "근면제도나 노조전임활동은 노사 자율에 맡겨야지 입법적으로 개입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노동부가 문제없이 집행돼 온 국고지원금 등을 중단하고 공권력을 동원해 노동조합을 옥죄는 것이야말로 노조의 자주성과 노사관계의 건전성을 침해하는 비정상적인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현 정부가 다른 정부보다 노동운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노동조합에 대한 압박이 강하게 이뤄지는 것"이라며 "노조 장부를 보고하도록 하는 등 그동안에 하지 않았던 불합리한 요구들을 많이 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현 정부는 노동조합과 맞서는 모습을 지지 세력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 총선에서의 지지율을 높이려고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당초 계획보다 3개월 앞당긴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5일 밝혔습니다. 사진은 서울의 직장인들이 출근하는 모습.(사진=뉴시스)
 
세종=김유진 기자 yu@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