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중 포위망에 북러 정상회담까지…몰아치는 동북아 신냉전

미, '전쟁 상대국' 베트남 손잡고 중국 일대일로 견제
북러, 군사협력 가능성 제기…윤석열정부 새 과제 안아

입력 : 2023-09-11 오후 5:28:42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 국빈 방문 이틀째인 11일(현지시간) 보 반 트엉 국가주석과 회담을 열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한동인 기자] 미국이 최근 대중 포위망을 더욱 강화하며 고삐를 죄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항 성격의 북러 정상회담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특히 오리무중인 김정은 북한 위원장이 11일 전용열차를 타고 러시아로 출발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한미일 대 북중러' 간 동북아 신냉전이 순식간에 몰아치는 분위기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7~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곧바로 베트남을 국빈 방문했습니다. 성과는 작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베트남과의 외교 관계를 기존 경제·문화 협력을 넘어 군사·안보 분야까지 교류하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G20 마친 바이든 베트남 이동…중 견제 포석
 
1960년부터 1975년까지 이어진 베트남 전쟁으로 외교 관계가 끊겼던 양국은 1995년 7월에서야 국교를 정상화한 뒤 2013년 7월 버락 오바마정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인 경제 중심의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습니다. 이후 10년 만에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건너뛴 채 파격적으로 외교 관계를 높인 겁니다. 
 
미국이 과거 전쟁 상대국의 손을 잡은 배경에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인도·태평양(인태)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떨어뜨리겠다는 겁니다. 미국이 이번에 베트남과 반도체 공급망을 지원하는 새로운 파트너십을 체결한 게 대표적인데 이는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을 대체할 '공급망 확대'를 노린 포석이라는 평가입니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과거 전쟁 상대국이었던 베트남과 새 외교 관계를 맺은 것은 동남아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서 인도·중동·유럽을 철도와 항만으로 연결하는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을 추진하기로 인도·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프랑스·독일·이탈리아·유럽연합(EU) 정상들과 뜻을 모았습니다. 이 역시 중국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견제하기 위한 성격입니다. 
 
4년 만에 칩거 깬 김정은…전용열차 타고 러시아행
 
동북아 정세를 뒤흔들 '북러 정상회담'도 임박했습니다. 우리 정보당국은 전날까지 행적이 묘연했던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가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 중인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김 위원장이 평양을 떠나서 이동 중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난 이후 4년 반 만에 해외 활동을 재개한 셈입니다. 
 
앞서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 등은 10~13일 동방경제포럼(EEF) 기간 중 김 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나 회담을 열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4월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미국의 대중 포위망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김정은·푸틴'의 정상회담까지 성사된다면, 한미일 대 북중러 군사대결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두 정상 간 회담에서 무기 거래 문제 등이 논의될 경우 국제규범은 물론, 한반도 평화 체제도 중대한 도전을 맞을 전망입니다. 고유환 전 통일연구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와의 장기전으로 탄약이 부족한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이를 건네받고 자신들의 첨단 군사 기술을 지원하는 형태의 거래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핵잠수함 관련 기술 제공을 러시아에 요청할 수 있다"며 "다만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에 대응하는 명시적인 군사협력 등이 표출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각자 부담이 있기 떄문에 은밀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신냉전 분위기 속 정부의 제대로 된 대응이 중요해졌지만, 현 외교 방식으로는 '앞으로가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국익 중심의 외교에서는 '실용·균형 외교'를 펼치는데 모호성도 하나의 전략"이라며 "그런데 윤석열정부는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한반도의 역사성, 현재, 미래 관련해 그것이 국익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김광연·한동인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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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