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올 초여름 출시된 농심 '먹태깡'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데 이어, 최근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가 내놓은 '오잉 노가리칩 청양마요맛(노가리칩)'도 벌써부터 품절 대란 조짐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먹태, 노가리 등 술안주에 익숙한 어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과자들이 전성시대를 맞이했다는 분석인데요. 저출산 흐름과 맞물려 제과 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입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GS25에서는 지난 11일부터 노가리칩의 발주가 중단됐습니다. 또 CU는 앞서 지난 9일부터, 또 세븐일레븐 역시 8일부터 발주가 막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가리칩은 농심 먹태깡이 큰 인기를 얻자 대항마로 만들어진 상품입니다. 이달 4일 롯데웰푸드의 '스위트몰'과 전국 편의점에서 출시됐고, 이후 대형마트, 슈퍼 등에서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즉 편의점의 경우 출시 1주일 남짓 만에 대부분 점포에서 발주가 중단된 셈입니다.
이 같은 노가리칩의 품절 대란은 이미 예견됐다는 것이 업계 중론입니다. 노가리칩의 경우 편의점에서 점포 1곳당 1박스(16개)로 발주 제한이 걸렸기 때문이죠.
이에 대해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신제품인 노가리칩에 대한 고객 관심이 이 정도로 높을지는 사실 예상하지 못했다"며 "(편의점에) 초도 물량은 모두 납품한 상태다. 문제는 추가 생산에 제약이 걸린 상황에서 추가 발주에 대한 편의점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마트나 슈퍼 등 다른 채널에도 예정된 물량이 나가야 하기 때문에, 편의점 추가분만 따로 공급할 수가 없다"며 "최선을 다해 캐파(생산능력) 내에서 공장 생산 라인을 타이트하게 가동 중이다.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안주 과자 열풍을 이끌었던 먹태깡의 경우 지난 6월 26일 출시 이후 2개월도 채 안 돼 누적판매량이 300만봉을 넘어섰습니다. 먹태깡도 엄청난 인기를 끌며 품절 사태를 일으켰고, 현재 정상 발주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종종 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처럼 어른 입맛에 맞는 과자 신드롬은 저출산·고령화 세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통계청의 '2022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전년보다 1만1500만명 감소한 24만9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은 전년 대비 0.03명 줄어든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는데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자 업계는 주력 타깃을 마냥 아동층으로 잡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업계가 달거나 새콤한 맛 위주의 과자들보다 어른들이 주류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과자 연구에 더 주력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 식품 업계 관계자는 "인구 피라미드 형태가 현재 40~60대를 중심으로 두터운 '항아리형' 구조로 이뤄지다 보니, 과자 업계 역시 이에 주목하고 이들의 입맛을 겨냥한 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라며 "과자가 더 이상 어린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경우 출산율을 높일만한 특별한 동인이 없는 상황에서, 과자 업계의 이 같은 트렌드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오잉 노가리칩 청양마요맛(노가리칩)' 모습. (사진=롯데웰푸드)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