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28조에 달하는 배터리 분리막 시장 선점을 위해 글로벌 분리막 기업들이 속도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분리막 사업은 진입 장벽이 높아 새로운 기업이 접근하기 어려운 만큼 이미 시장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18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 분리막 시장은 2023년 219억 달러(27조9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지난 2020년 36억 달러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2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분리막은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액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 4대 핵심소재로 꼽힙니다. 배터리 생산원가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분리막의 역할은 양극과 음극의 직접 접촉을 차단하고, 리튬이온 이동 통로를 제공합니다. 또한 양 ·음극 활물질 접촉을 막아 단락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며 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분리막 기업 성장 기대감…이미 시장 진출 수혜
전기차 배터리의 성장에 따라 글로벌 분리막 기업에 대한 성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분리막 사업은 진입 장벽이 높아 이미 시장에 진출해 있는 기업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큽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 분리막 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68%를 차지하고 있고, 한국이 16%, 일본 13% 나머지가 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분리막 시장 업체별를 순위별로 나열해보면, 중국의 Semcorp가 28.9%로 가장 높고, 뒤이어 한국 SKIET 10.9%, 중국 Sinoma 10.7%, 일본 Asahi 9.8%, 일본 Toray 9.7% 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거대 장치산업으로 꼽히는 분리막은 자금 및 기술에 대한 초기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때문에 충분한 수율과 생산력을 갖춘 기업의 수가 많지 않습니다. SNE는 "분리막 공급업체변경을 위해서는 완성차 업체의 승인까지 최소 4년여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 때문에 이미 시장에 진입한 업체들은 안정적인 매출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양극재나 음극재, 전해액과 달리 주요 원료가 석유화학 범용 수지인 폴리에틸렌(PE) 또는 폴리프로필렌(PP)으로 원료 가격 변동에 민감하지 않습니다.
SNE리서치는 실제 글로벌 분리막 시장을 북미와 유럽, 중국, 아시아 등의 지역으로 나눴을 때 북미 시장이 가장 높은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액 기준 규모로는 2022년 7억3000만 달러에서 2030년 53억1000만 달러까지 연평균 28% 성장할 것으로 봤습니다.
현재 북미에는 승용 전기차에 주로 이용하는 습식 분리막 업체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다른 지역에서 습식 분리막을 만들어 북미 공장에서 배터리 셀을 제조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방지법(IRA) 세부 수칙 발표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미국에서 먼저 습식 분리막을 공급하게 될 업체가 시장 공략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분리막 시장 점유율(그래픽=뉴스토마토)
SKIET, 도레이 등 글로벌 사업 확대 드라이브
분리막 업체들은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사업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공장 증설과 공급처 확대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SKIET는 국내 증평과 청주, 중국 창저우, 폴란드 실롱스크 등에서 분리막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장기 증설 계획에 따라 분리막 생산량은 오는 2025년 40억제곱미터까지 늘어나게 됩니다.
더블유씨피의 경우 삼성SDI의 배터리 생산기지가 있는 헝가리에 집중 투자하고 있습니다. 더블유씨피는 삼성SDI 중대형 배터리의 주요 분리막 공급처로, 이에 따라 삼성SDI의 분리막 물량 대부분은 WCP가 담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더블유씨피는 오는 2024년 연간 최대 12억제곱미터 규모의 분리막 필름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LG화학도 분리막 사업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LG화학은 2021년 LG전자 비즈니스솔루션(BS) 사업본부의 분리막 코팅 사업부문을 523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6월에는 도레이와 헝가리에 분리막 합작법인(JV)을 설립해 분리막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그러면서 북미 분리막 공장 신설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를 통해 한국과 유럽, 미국시장까지 입지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LG화학은 올해 초 "원단 내재화를 통해 분리막 사업은 오는 2026년 매출 1조원 이상, 두 자릿수대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도레이 첨단소재 분리막. (사진=도레이첨단소재)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