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패권경쟁)④97%가 중국산…음극재 공략 나선 K-배터리

음극재 핵심 소재 흑연 중국 의존도 높아
흑연 비중 낮춘 '실리콘 음극재' 개발 나서
배터리 용량 늘고 충전시간 단축
2030년 7조원 성장…포스코·LG·SK 등 주도권 경쟁

입력 : 2023-09-1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들이 음극재 공략에 나섰습니다. 음극재와 핵심소재인 흑연시장을 틀어쥐고 있는 중국 업체들의 영향에서 벗어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배터리용 핵심 광물인 음극재는 중국산이 90% 이상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에 국내 업체들은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는 한편 흑연 대신 실리콘을 사용하는 차세대 음극재 개발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18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75억달러(약 9조9400억원) 수준이던 글로벌 음극재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 219억달러(약 29조3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입니다.
 
음극재는 리튬이온 배터리 4대 핵심 소재(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중 하나입니다. 양극에서 나온 리튬이온을 저장했다가 방출하면서 외부 회로를 통해 전류를 흐르게 하는 역할을 하며 배터리 충전 속도와 수명을 좌우합니다. 음극재 원료로는 리튬이온 저장 능력이 뛰어난 흑연이 쓰이고 있습니다.
 
음극재·흑연 중국 의존…IRA로 공급망 다변화 나서
 
음극재는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해 하반기 발간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음극재 생산의 85%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데요.
 
글로벌 음극재 시장 전망.(그래픽=뉴스토마토)
 
또 중국 본토에 매장돼 있는 흑연의 경우 글로벌 채굴량의 78%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배터리 음극재에 쓰이는 인상흑연(천연흑연의 일종)의 경우 중국으로부터 97%를 조달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흑연은 천연흑연과 인조흑연으로 나뉘는데요. 올해 상반기 천연흑연과 인조흑연의 대중국 수입비중은 각각 90.4%, 93.3%에 달합니다.
 
전기차 배터리의 일정 비율 이상을 북미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한 광물을 사용하도록 한 미국 IRA 요건에 맞추기 위해 배터리 기업들은 서둘러 중국 의존도에서 벗어나 공급망을 다각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산 음극재의 대체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인 만큼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들에겐 IRA가 미국 시장에서 중국 음극재 업체들의 빈자리를 차지할 기회가 된 셈이죠.
 
흑연 대체 실리콘 음극재 경쟁 본격화
 
국내 업체들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흑연 비중을 줄인 실리콘 음극재 시장에 뛰어들었는데요.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에 실리콘산화물(SiOx), 실리콘탄소복합체(SiC), 퓨어실리콘 등 실리콘 소재를 첨가해 만들어집니다. 흑연 음극재 대비 10배 높은 용량으로 주행거리 향상, 급속충전 설계 등에서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SNE리서치는 실리콘 음극재 시장 규모가 2030년 7조2000억원으로 성장해 전체 2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현재 상용화된 실리콘 음극재는 흑연 음극재와 복합된 형태입니다. 안정성 문제로 최대 실리콘 함량이 10% 미만에 머물러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실리콘 음극재는 충전시 부피가 크게 팽창하는 등 기술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소재 업체들은 실리콘 함량을 늘리면서 가격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포스코퓨처엠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에서 제조설비를 가동하고 있는 모습.(사진=포스코퓨처엠)
 
실리콘 음극재 시장 성장성에 포스코그룹, LG화학(051910), SK머티리얼즈(036490) 등 주요 배터리 소재 기업들도 관련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유일하게 실리콘 음극재를 양산·공급 중인 곳은 대주전자재료(078600)입니다. 2019년 세계 최초로 포르쉐 전기차 타이칸에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한 바 있습니다. 대주전자재료의 현재 생산능력은 연간 3000톤 수준이지만 2025년 2만톤까지 증설할 계획입니다.
 
포스코퓨처엠(003670)은 음극재 생산 능력을 현재 8만2000톤에서 2030년 37만톤으로 높입니다. 음극재는 탈중국 공급망을 통해 고객사를 확대해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이죠. 실리콘 음극재 사업은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이 주도합니다. 포스코는 지난해 인수한 테라테크노스의 사명을 포스코실리콘솔루션으로 바꾸고 경북 포항에 연산 5000톤 규모의 실리콘 음극재 공장을 건설,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입니다.
 
LG화학은 100% 실리콘으로 구성된 퓨어 실리콘 음극재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실리콘은 흑연보다 많은 리튬이온을 담기 때문에 부피가 커진다는 단점이 있는데 퓨어 실리콘 음극재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고 성능을 개선한 제품으로 꼽힙니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 4월 경북 상주에 연산 2000톤 규모 실리콘 음극재 공장을 준공했는데 증설을 통해 2025년 1만톤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도 지난 7월 실리콘 음극재 기술을 보유한 프랑스 스타트업인 엔와이어즈와 지분투자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하이니켈 양극재 채용을 통해 일정 수준의 배터리 용량 확보는 가능하겠지만 제한된 배터리 무게 속에서 효율 향상을 위해 실리콘 음극재 채용 비중은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충전시간 단축 수요는 이를 더욱 가파르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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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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