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유진 기자] 올해 국세수입이 59조원가량 부족한 역대급 세수펑크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주요 기업의 실적 부진과 국내 자산시장 위축 등 법인세·양도소득세 실적이 급감한 탓입니다.
정부는 글로벌 경기 악화·반도체 수출 부진 등을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대외적으로 난관인 상황에서 정치권이 경제 문제에 집중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에 본격적인 세수 악화가 예상된다는 점입니다. 특히 내년에는 내국세가 10%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기획재정부가 18일 발표한 2023년 세수 재추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국세수입은 341조4000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당초 예상보다 14.8%(59조1000억원) 줄어든 수치입니다.
기획재정부가 18일 발표한 2023년 세수 재추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국세수입은 341조4000억원으로 전망된다. 그래픽은 2023년 국세수입 재추계 결과.(그래픽=뉴스토마토)
세수펑크 60조원 육박 '역대급'
정부는 올해 국세수입 감소 원인을 국내외 경제어견 악화로 인한 기업 영업이익 급감 등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기 둔화·반도체 업황 침체로 수출이 부진했으며 이 때문에 기업의 영업이익이 대폭 줄어 법인세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는 예기입니다.
올해 국세수입은 기존 예산 400조5000억원보다 59조1000억원 줄어든 341조4000억원으로 예상됩니다.
1월부터 7월까지의 누계 국세수입은 217조6000억원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보면 43조4000억원 줄어든 수치입니다. 이러한 흐름을 봤을 때 올해 세수 펑크는 60조원을 초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회계별로 보면 일반회계 국세수입은 기존 390조3000억원보다 59조1000억원(-15.2%) 줄어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반면 특별회계는 10조2000억원으로 예산대비 1000억원 늘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요 세목별로 보면 법인세에서 크게 마이너스를 그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재부는 법인세 25조4000억원, 소득세 17조7000억원, 부가세 9조3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올해 세수 오차율은 14.8%로 3년 연속 두 자릿수 오차율을 나타냈습니다. 2021년에는 61조3000억원을, 지난해에는 52조6000억원의 세금이 더 걷혔습니다. 각각의 오차율은 17.8%, 13.3%를 기록했습니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세계 주요국의 오차율도 확대되는 추세라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미국의 평균 세수오차율은 8.9%, 일본은 9.0%, 독일은 7.4%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1.1%에 달합니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역대급 세수부족과 관련해 "급격한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 때문"이라며 "세수 부족으로 인한 민생·거시경제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세수부족 사태에 대해) 굉장히 엄중하게 생각한다. 세수부족으로 인한 거시경제 악영향, 민생가중, 외환시장 어려움, 재정수지 악화 등 지적하는 부분을 모두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도체·기계 등 산업 부진 '역대급'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3년 2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를 보면 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 2만2962개사의 올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했습니다.
기업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어든 것은 2020년 4분기 -1.0%을 기록한 이후 처음입니다. 삼소율 또한 2020년 2분기(-10.1%) 이후 최대입니다.
업종별로 보면 기계·전기전자는 1분기 -14.3%에서 2분기 -15.4%로 매출 부진이 심화됐습니다. 또 같은 기간 석유화학은 -3.5%에서 -17.1%까지 급감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수출입 동향에서도 반도체 부진 등 기업실적은 마이너스를 그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액은 518억7000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8.4% 줄었습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21%줄어들며 13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세수 부진, 내년까지 이어질듯"
이인실 서강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세수 펑크는 경기 침체와 감세 두 가지 모두의 영향"이라며 "특히 감세한 분야를 보면 주로 부동산 관련된 세금들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세금을 많이 걷고 좋지 않을 때는 적게 걷어서 '자동안정화'를 시켜줘야 하는데 경기가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잘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외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경기가 좀 살아나야 하는데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권이 경제 문제에 집중을 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습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감세를 한 것이 세수 결손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며 "올해 뿐 아니라 내년의 세수도 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추경호 부총리가 법인세율을 내리면 기업 투자가 늘고 내수가 좋아지면서 세수가 줄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에 본격적으로 세수 악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에는 내국세가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18일 발표한 2023년 세수 재추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국세수입은 341조4000억원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브리핑하는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사진=뉴시스)
세종=김유진 기자 y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