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큰 산을 넘은 줄 알았던
CJ CGV(079160) 유상증자가 막바지에 이르러 암초를 만났습니다. 법원이 CJ CGV의 최대주주인 CJ가 현물로 출자한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지분(100%)이 고평가됐다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겁니다. 당장 27일 CJ CGV의 유증 신주가 상장될 예정인데 뜻밖의 변수가 튀어나와 투자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졌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5일 CJ CGV는 공시를 통해 지난 유증 내용을 정정했습니다.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의 현물출자와 관련, 해당 지분을 감정평가한 한영회계법인의 감정보고서를 법원이 불인가 처분했다는 내용의 통지를 이날 수령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CJ CGV의 유증 주금 납입일도 ‘미정’으로 변경했습니다.
CJ CGV는 주주를 대상으로 유증을 진행하는 동시에, 대주주인 CJ가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현물로 출자하는 제3자배정 유증을 결정했습니다. 거액의 현금을 동원하기 어려운 CJ가 CJ CGV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CJ CGV의 과도한 부채비율을 낮추는 방법으로 현물출자를 추진한 것입니다.
이 결정에 대해 CJ CGV의 일반 주주들은 현금을 내놓지 않은 대주주 CJ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또한 유증 발표 당시 현물출자 대상인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했다는 지적도 많았습니다.
한영회계법인은 비상장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의 현물출자액 즉 전체 지분가치를 4444억원으로 감정평가했습니다.
CJ CGV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 CJ가 현물출자한 CJ올리브네트웍스에 대해 법원이 고평가를 문제 삼아 제동을 걸고 나섰다. (사진=뉴시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소프트웨어 개발, 인터넷솔루션 업체로 주로 CJ그룹의 전산망 구축과 결제시스템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2021년엔 영업이익 476억원, 순이익 319억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는 각각 351억원, 273억원으로 감소했습니다. 2022년말 자본총계는 1395억원입니다.
이런 기업을 4444억원으로 평가한 유증을 발표하자 주주들은 CJ올리브네트웍스가 자산과 실적에 비해 고평가됐다고 항의했습니다. 하지만 CJ CGV는 감정평가에 근거해 유증을 진행했고 일반 주주들이 참여하는 유증은 실권주 청약까지 가서 완판, 고비를 넘었으나 CJ의 제3자배정 유증은 마지막 문턱에서 법원이 제동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감정보고서 평가가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가치가 과대평가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CJ는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항소하거나, CJ올리브네트웍스의 가치를 재평가해 유증 금액과 비율을 조정해 다시 현물출자 승인 신청을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시장에서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타격이 클 수 있는 항소보다는 기업 재평가를 결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경우 CJ CGV의 재무구조 개선폭도 기존 전망치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증권업계에서는 상반기 기준 1000%가 넘는 CJ CGV의 부채비율이 증자에 성공할 경우 올해 말 300%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굳게 닫혔던 영화관 사업의 정상화도 더딘 상황이라 CJ CGV의 기업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고 험난해 보입니다. 일단 오는 12월로 예정된 1600억원어치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가 첫 고비가 될 전망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