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영화 '기생충'·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전방위 음악가 정재일이 영국 런던에서 '제 10회 K-뮤직페스티벌' 첫 무대를 열었습니다.
주관 기관인 주영한국문화원(이하 문화원)에 따르면, 정재일은 지난 1일(현지시간) 런던 바비칸센터에서 열린 K-뮤직페스티벌 무대에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 무대로 섰습니다.
올해 2월 유니버설뮤직 산하 레이블 데카(DECCA)를 통해 발매한 음반 '리슨(LISTEN)' 수록곡 '오션 미츠 더 랜드(Ocean Meets the Land)'로 서정적이면서 웅장하게 공연 포문을 열었습니다. 문화원은 '오징어 게임'의 대표 시그니처 사운드 '핑크 솔저스'가 이어지자 관객들은 흥분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1부 하이라이트는 정재일 지난해 발표한 앨범 '시편(psalms)' 수록곡 '메모라레(Memorare)'였습니다. 기도문을 뜻하는 제목
에 걸맞게 성스러운 합창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휘몰아치는 현악기의 선율이 공연장에 깊은 공명을 냈습니다. 문화원은 "기후 변화로 고통을 받고 있는 지구를 떠올리며 작곡했다는 공연 중 정재일 감독의 곡 소개처럼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음악을 통해 일깨우는 자리였다"고 설명했습니다.
2부에서는 아카데미 수상 영화 '기생충'의 사운드 트랙이 연주됐습니다. 지휘자 로버트 지글러(Robert Ziegler)의 지휘 하에 대표 테마곡 '믿음의 벨트'(The Belt of Faith)에 이어 '짜파구리(Zappaguri)'가 정재일의 섬세한 피아노 선율과 런던 심포니 오케스라의 현란한 현악기 연주와 만나 협연되자 관객 환호성이 터져나왔습니다.
판소리 김율희, 타악기 연주자 이정형과 권설훈이 가세한 신곡 '더 프레이어(A Prayer)'가 피날레를 장식했습니다. 판소리에 장구와 꽹과리의 우렁찬 소리가 더해졌고 오케스트라의 현악기가 이를 감싸 안은 가운데 정재일의 신들린 피아노 연주가 펼쳐졌습니다. 모든 화와 액을 물리치고 복과 기운을 북돋아주는 뜻을 담고 있는 이 마지막 곡에 관객들은 기립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공연을 관람한 월드뮤직 월간지 '송라인즈 매거진' 리암 이조드(Liam Izod) 기자는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동서양 음악의 완벽한 조화였다"고 호평했습니다.
거장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바비칸센터 상주단체로, 정재일과는 이번 공연을 통해 첫 협연을 이뤘습니다. 국내외에 두터운 팬 층을 보유하고 있는 정재일이 영국 관객을 만난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선승혜 문화원장은 "정재일은 창, 클래식교향악단, 전자기타, 형식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창작으로 한국 음악이 세계의 보편이 되는 새로운 미래를 웅혼하게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K-뮤직페스티벌은 오는 11월12일까지 영국 바비칸 센터(Barbican Centre), 사우스뱅크 센터(Southbank Centre), 킹스플레이스(Kings Place) 등 영국 대표 공연장에서 총 9회 공연됩니다.
영국 'K-뮤직페스티벌' 이끈 '기생충' 음악감독 정재일. 사진=주영한국문화원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