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회장이 관치낙하산인데…의미없는 민영화

외관상 독립 경영체제 선언
지배구조는 정부 그늘 못 벗어

입력 : 2023-10-06 오전 10:06:3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우리금융지주(316140)가 예금보험공사의 잔여 지분을 사들이기로 하면서 완전 민영화에 다가섰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정부의 대표적 금융권 낙하산 인사가 바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인데요. 지배구조가 정부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한 허울뿐인 민영화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과 예금보험공사(예보)는 전날 예보가 보유한 우리금융 잔여지분 약 936만주(지분율 약 1.2%) 관련 주식양수도에 관한 기본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우리금융은 향후 예보 잔여지분을 자사주로 매입할 예정이며, 매입시기 등 구체적 사항은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및 우리금융 이사회 각 의결을 거쳐 내년 말까지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할 예정입니다. 기한 내 계약이 체결되지 못하는 경우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는데요.
 
먼저 시장 반응은 냉랭합니다. 같은 날 우리금융은 전날(4일)보다 0.5% 떨어진 1만1980원에 마감했습니다.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를 해소하고 주주 환원 효과가 발생한다는 자평이 무색하게 예보 보유지분은 1%대에 불과하죠.
 
우리금융은 예보가 아닌 민간주주가 최대주주로 오른 지난 2021년 12월에 1만1000원대를 횡보하던 주가가 1만3550원까지 2000원 이상 크게 오른 바 있습니다. 그러나 경쟁사에 비해 부족한 주주환원 정책, 실적 감소 등이 맞물리면서 주가는 2년 전 수준으로 회귀했습니다.
 
우리금융은 이번 주식 양수도 계약 체결로 25년에 걸친 민영화를 마무리한다고 밝혔지만 정부 그늘에 휩싸여있다는 지적은 여전합니다. 그간 우리금융은 정부 지분을 줄이면서 내부 출신 인사가 분위기가 이어지는 듯 했지만, 장관급 금융위원장을 지낸 임종룡 회장이 내려오면서 그 명맥은 끊겼습니다.
 
임 회장 선임 과정에서도 지배구조 취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내부 출신인 손태승 전 회장이 연임 포기를 결정한 이후 일사천리로 차기 회장 후보를 추렸는데요. 롱리스트(1차 후보군)와 숏리스트(압축 후보군)를 선정하는데 열흘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경영 승계의 투명성을 강조했지만 우리금융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있었습니다. 회장 후보를 선출하는 이사회 역시 외풍에 취약한 구조입니다. 우리금융 차기 회장을 선정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되는데요. 이들 대부분 우리금융 지분을 나눠가진 과점주주가 선임한 인사들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 과점주주들은 키움증권과 한국투자증권, 푸본현대생명 등 민간 금융사로 금융당국의 피검기관이기도 하다"며 "민영화 달성이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아직까지도 이사회가 외부 입김으로부터 독립적인 역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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