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올해 상반기 실적 부진을 겪은 철강업계의 3분기 실적마저 암울한 가운데 철강업계가 대기업 벤처캐피털(이하 CVC)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철강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인데요. 침체된 철강 업황에서 벗어날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이달 16일까지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통해 동국홀딩스를 중심으로 한 지주사 전환 작업이 막바지 단계에 들어갑니다. 이후 자본금 100억원 규모의 CVC를 설립하고 금융감독원에 신기술사업금융업 등록 절차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산업 성장기에는 철강 수요가 많았지만 이후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실상 철강산업이 사양산업이 되다보니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CVC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CVC는 대기업 지주회사가 지분 100%로 설립할 수 있는 벤처캐피털인데요. 기업 내 계열사와 외부 출자자의 펀딩을 받아 유망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과거에는 지주사가 금산분리 규제로 금융회사인 CVC를 설립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 2021년말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대기업 지주회사가 직접적으로 벤처캐피털에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는데요. 기업들이 미래 유망 산업군에 있는 벤처·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됩니다. 철강업계는 탄소중립 강화 추세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핵심 사업인 철강업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미래 기술 및 제조 분야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동국제강이 CVC 설립을 완료하면 철강업계에서는 3번째가 됩니다.
세아그룹도 지난 2018년 세아홀딩스와 세아세강지주 등 양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뒤 지난해 11월 100% 지분 출자로 세아기술투자를 설립, 운영 중인데요. 세아 관계자는 “아직 설립 1년이 채 안 돼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기에는 기간이 짧다”면서도 “디지털 전환 시대를 대비해 세아그룹의 핵심 사업인 철강 제조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DT, 로봇 자동화, 친환경 기술 등 미래 제조업 관련 분야 및 성장 잠재성을 갖춘 산업에 투자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지주사 체제를 갖추게 된 포스코그룹도 지난 1997년 설립한 포스코기술투자를 CVC로 전환했는데요. 이차전지, 소재, 수소, 에너지, 건축, 인프라, 식량 등 포스코그룹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제시한 7대 사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포스코기술투자는 액화수소 제조 및 저장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 하이리움산업에 투자했는데요. 포스코의 액화탱크 소재 개발과 수소 운송·저장 사업에서 협업을 추진 중입니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에 편중된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발돋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그룹 신사업 발굴과 연계한 미래 사업분야에 대한 전략투자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미지=연합뉴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