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후중기자] 똑같은 모양을 가진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지어서 공급하던 건설의 시대가 저물었다. 이제는 어디를 둘러봐도 다양한 기능과 개성을 지닌 아름다운 공동주택이 공급되고 있다.
◇ '집 구조를 바꾼다'..가변형 벽체 도입
이른바 '라멘구조'가 아파트에 적용되고 있다.
기존 아파트가 하중을 벽으로 지탱하는 내력벽 구조를 가지고 있던 것에서 기둥과 보가 연결되어 하중을 지탱하도록 해 각 방과 공간을 나누던 벽체를 헐어내거나 설치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혼과 함께 꾸린 가정은 아이들방이 필요하다가 자식들의 분가와 함께 방이 필요 없어지는 경우, 혹은 피아노방, 작업실 등 생활의 필요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방이 필요한 경우 등 공간은 변화가 필수다.
기존의 공동주택은 재건축을 통해 헐고 새로 짓는 경우가 아니라면 리모델링을 한다해도 공간에 변화를 주기에 한계가 있었다. 함부로 헐어낼 수 없는 내력벽이 공간을 나누고 있기 때문인데, 그래서 필요에 따라 살던 집을 팔고 이사를 가야만 했고, 이는 아파트 수명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이 같은 한계는 새롭게 공급되는 아파트에선 거의 사라졌다.
원종서 대림 기술연구원 박사는 "건물의 수명은 내구성이라고 하는 물리적인 수명과 함께 삶의 트랜드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살다보면 공간이 넓어도 쓰임새가 맞지 않아 쓸모가 없어진 경우를 많이 경험하게 되는데 새로운 공법을 통해 공간을 변형할 수 있게 되면서 더 오랫동안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사람을 위한 인테리어'..더 쓸모있어진 집
수년전에 방송에서 인기를 끌었던 '러브하우스' 코너는 많은 사람들에게 거주 공간의 활용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었다.
더 넓은 새 집이 더 좋은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에서 비좁고 오래된 공간도 실용적인 인테리어가 적용되면 완전히 달라진 쓸모있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공급되는 아파트에는 수십년에 걸친 아파트 건설과 공간 활용의 노하우가 경쟁적으로 집결되면서 수납공간이 크게 늘어나고 죽은 공간이 거의 사라져 말그대로 '쓸모있어'졌다.
최근 지어진 아파트는 같은 평형인데도 훨씬 넓고 쾌적한 환경을 구현한 인테리어가 적용돼 계속 큰 평수의 아파트로 갈아타는 것이 일반적이던 수요자의 욕구마저 바뀌었다.
청소나 관리가 어렵고 관리비도 비싸게 나오는 대형 아파트로 옮기기 보다는 작지만 알찬 구조를 갖춘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대형보다는 중소형 아파트의 가격 오름새가 가파르다.
◇ '자연을 품안에'..공동주택 조경의 변화
도미노처럼 줄지어선 아파트와 그 사이를 드문드문 채웠던 나무들의 이미지가 기존의 아파트 단지 모습이라면 더 넓은 공간을 사이에 두고 다양한 층과 모습을 지닌 건물들이 숲 속에 배치된 듯 느껴지는 것이 최근 아파트 조경의 분위기다.
건물의 허리춤까지 올라가는 큰 키의 나무들과 숲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수종들, 시냇물과 연못, 다양한 크기의 바위, 그리고 갖가지 모습의 조각이 들어선 최근의 아파트 단지는 공동주택이 가진 기존의 도시 이미지를 벗고 전원의 분위기로 싹 바뀌었다.
기존에 아파트 건물에 대한 가치 부여에 더해 공동 공간 조경도 아파트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건설업체들도 경쟁적으로 더 자연을 끌어들인 모습을 만들어 가고 있다.
◇ '집은 예술품'..더 오래 살고픈 아름다운 집
현대건설 주택상품개발팀은 대부분 건축 전공자들로 채워졌던 인원구성에서 최근 몇년간 디자인전공자를 비롯한 미술 전공자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박재용 상품기획팀장은 "아파트가 거주용 건축물일 뿐 아니라 아름다운 작품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으로 장기적인 공급 방향 변화가 시작됐다"며 "이는 기존에 건물의 내구성 등 '쓸모'만을 강조하던 것에서 수십년을 넘어 수백년을 보존할 수 있는 '미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름다운 건물을 지어 거주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건물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은 철거와 건축의 기간을 늘려 자원 낭비를 줄이면서 궁극적으로 지구 환경보호를 위한 가장 큰 역할을 하게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비바람을 피하고 가족을 지켜주는 공간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만 인식되던 아파트는 한세대를 지나면서 이제 사람을 생각하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뉴스토마토 안후중 기자 hu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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