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판 IRA·탄소세까지…'불안불안' 유럽 판로

프랑스판 IRA 시행에 이어 CBAM도 '영향권'
"K-ETS 경험 없는 중소·중견기업 대응역량 부족"
정부, 저탄소 기술개발·설비교체 사업 내년 1277억 배정
수출 장벽 더욱 심화될 것…"경제통상·외교활동 강화해야"

입력 : 2023-10-16 오후 4:45:36
[뉴스토마토 이민우·김소희 기자] 이달 시행에 돌입한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영향이 국내 140여개 철강·알루미늄 기업들에게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도 저탄소 기술개발·설비교체 사업에 내년 예산 1277억원을 배정한다는 방침이나 탄소 환경 명분의 수출 장벽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프랑스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불리는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 시행도 내년부터 예고된 만큼, '기후 선진국'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경제통상·외교활동 강화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EU 탄소국경조정제도 준비현황 및 향후 대응방향'을 보면, CBAM의 영향을 받는 국내 철강·알루미늄 등 생산업체는 14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U의 CBAM은 철강, 알루미늄, 비료, 시멘트, 수소, 전력 등 총 6개 품목을 EU로 수출할 때 제품에 내재된 탄소배출량을 보고하고 CBAM 인증서 구매를 의무화하는 제도입니다.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생산시설의 역외 이전, 역내기업의 생산원가 상승 등 '탄소누출'을 방지하겠다는 게 EU 측의 입장입니다.
 
중기 대응 강화한다지만…타격 불가피
 
EU는 지난 2021년 7월 CBAM 초안을 공개하고 이달 1일부터 시범실시에 돌입했습니다. 140여곳에 달하는 국내 기업들이 EU에 수출 시 탄소 배출량 정보를 EU당국에 보고해야 합니다. 2026년부터는 보고의무 부과에 더해 CBAM 인증서도 구매해야 합니다. 
 
특히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철강 산업은 생산 비중이 높아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한 분야입니다. 무엇보다 잉곳(괴)를 수입한 뒤 국내에서 가공해 생산하는 알루미늄의 경우 수출 영향은 제한적이나 정확한 배출량정보 확보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한국 철강 산업의 EU 수출 비중은 11.7% 수준입니다. 수출액은 2022년 기준 44억6000만달러(약 6조433억)에 달합니다. CBAM의 영향을 받는 알루미늄은 5억4000만달러입니다. 비료와 시멘트는 각각 540만달러, 1만달러 규모입니다.
 
정부는 국내 배출권거래제(K-ETS) 등의 대응 경험이 없는 철강 중소·중견기업의 대응역량이 전반적으로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상·하공정 생산단계에서 기업별로 배출량 보고역량 차이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상공정 업체는 CBAM 초기부터 적극 대응해 배출량 보고역량을 상당 부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러나 슬라브, 빌렛 등을 가공하는 하공정 업체는 경험 부족, 반제품의 배출량 정보 부족 등으로 대응역량 확보가 시급한 모습입니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EU 탄소국경조정제도 준비현황 및 향후 대응방향'을 보면, CBAM의 영향을 받는 국내 철강·알루미늄 등 생산업체는 14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는 품목별 EU 수출액. (그래픽=뉴스토마토)
 
'공조'…저탄소 기술개발 1277억 지원
 
정부는 유사입장국과 공조를 통한 협의를 지속할 방침입니다. 내달 EU집행위 조세총국장 방한 등을 계기로 고위급 성과를 이뤄내고 한·EU 공동 인포세션을 통해 한국 업계 의견도 직접 전달할 예정입니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무역위원회, 그린파트너십 등 양자채널도 적극 활용하는 등 본격 시행을 대비해 인증서 비용 및 검증부담 완화도 추진합니다. 특히 저탄소 기술개발 및 설비교체에는 1277억원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중소·중견기업의 CBAM 대응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CBAM 이행 지침서, 업종별 해설서, 상담 Q&A, 실제 보고사례집 등을 제공하는 등 한국 기업의 시행착오 최소화에도 나섭니다.
 
앞서 정부는 EU의 주요 입법 단계마다 우리 입장 반영을 위한 정부간 협의를 지속해왔습니다. 범부처 EU CBAM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부처별 대응현황을 점검·조율하는 한편 지원전략을 마련해 왔다는 입장입니다.
 
"수출 장벽↑…비용 부담↑"
 
홍우형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럽은 과거부터 탄소를 줄이기 위한 계획을 세워왔다"며 "기술적으로 탄소를 징집하는 기술도 꾸준히 발전시켜 왔기 때문에, 유럽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탄소국경세도 시행하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한국은 준비가 안 된 상태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는 격"이라며 "기술력 부족 등으로 준비가 완벽하지 않은 상황이라 비용을 들여 무리하게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김기흥 경기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탄소 환경을 명분으로 수출 장벽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은 탄소배춸권에 대한 기술 투자, 인증 준비 등 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에 업계들의 비용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유럽국들의 규제 때문에 한국이 휘둘리는 경향을 보인다"며 "최대한 EU 국가와 비슷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경제통상, 외교활동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도 "기계·자동차 산업 등에서 한국 탄소 관련 기술이 떨어지는 면이 있다"며 "국제 수준에 맞게 탄소배출량에 대한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기술 진보와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내 배출권가격과 같은 탄소비용 인정 등 향후 제정될 이행법안에 대해 EU와 협의를 긴밀히 진전시켜 나가겠다"며 "수소환원제철 등 대EU 수출품목 생산공정의 저탄소 전환을 위해 기술개발과 설비투자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응역량이 취약한 중소·중견기업을 위해 탄소배출량 측정·보고·검증 컨설팅, 헬프데스크 운영, EU 보고사례집 배포 등 각 기업별로 꼼꼼하게 밀착 지원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EU 탄소국경조정제도 준비현황 및 향후 대응방향'을 보면, EU CBAM의 영향을 받는 국내 철강·알루미늄 등 생산업체는 14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제철소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김소희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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