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그룹의 맏형격인 현대차의 임단협이 오히려 계열사 임단협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올해 현대차 임단협이 높은 조건으로 타결돼 오히려 계열사 임단협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17일 노동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20일 노사 임단협 타결을 이뤘습니다. 현대차그룹 가운데 올해 임단협을 마친 곳은 두 곳 뿐입니다.
현대차 노조는 역대 최고 수준인 기본급 11만1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을 포함해 성과급, 주식 지급, 출산·육아 지원 확대 등의 성과를 얻어갔습니다.
현대차 기아 양재 본사(사진=현대차)
통상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해결되면 나머지 계열사의 임단협이 해결되는 수순이었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습니다. 기아와 현대위아 현대제철 등의 계열사들의 임단협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기아의 경우 현대차 임단협 타결 이후 오히려 노사 협상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기아 노조는 지난 12일과 17일 두 차례 파업을 예고했다가 다시 교섭을 하는 등 노사가 평행선을 달렸었습니다.
기아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사측은 올해 현대차 교섭과 똑같은 내용을 제시해 조합원들을 조롱하고 무시했다"며 "사측의 성의 없는 교섭과 개악안으로 결국 파업투쟁을 결단하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현대차가 장기근속 퇴직자에게 제공하던 차량 구매 30% 할인 혜택인 '평생 사원증'을 그대로 유지시킨 반면, 기아는 25%로 낮추는 등의 모습을 보이면서 기아 노사간 임단협이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아 노사 임단협 모습(사진=뉴시스)
또한 올해 초에는 현대제철과 현대위아, 현대로템 등의 계열사에서 현대차와 기아 직원에게 지급된 600만원 상당의 특별성과급을 놓고 노사 간 갈등도 있었습니다. 로템과 위아 등의 직원에게는 절반 수준인 300만원이 지급됐고, 일부 계열사는 지급되지 않기도 했습니다.
한 노조 관계자는 "현대차 임단협 결과가 나온 뒤에서야 계열사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는 경우가 있다"며 "기아의 임단협이 늦어진 이유도 이러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양재동 가이드라인'이라는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양재동 가이드라인은 현대차를 상위에 올리고 기아와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계열사들을 차등 대우한다는 그룹의 풍토를 두고 나온 명칭입니다. 실제 지난 2021년에는 현대차를 제외한 계열사 노조들이 공동으로 성명을 낸 바 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