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각) 백악관 국빈만찬장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관해 긴급 연설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의 공격을 규탄하고 "이스라엘과 함께한다"라며 군사·정보를 포함해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확인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최수빈 기자] 대선 재선의 기로에 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외교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전격 방문합니다. 전방위 외교전에 나서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하마스 교전의 확전을 막아 낼 해법 찾기에 사활을 걸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교전 현장을 찾았음에도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대선 행보에도 적신호가 들어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을 두고 "놀라운 도박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바이든, 직접 확전 막는다
16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스라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과 만나 약 8시간에 걸친 회의를 마친 직후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이스라엘을 방문한다고 밝혔습니다. 블링컨 장관이 이스라엘을 연달아 방문했음에도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겁니다.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회담 결과에 대한 성명에서 "이스라엘이 자국을 방어할 권리에 확고한 지지를 표명하고 민간인 보호에 필요한 것을 제공하겠다는 미국의 결의를 재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인도적 지원 등을 통한 이스라엘 지지 의사를 표명함과 동시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교전 확대를 막기 위함입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를 섬멸하기 전까지 후퇴는 없다고 거듭 공언하면서 확전 불사를 거론하고 있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문제에 대해서는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백악관은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국민의 존엄성과 자결권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하고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인도주의적 필요를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뿐 아니라 요르단 암만을 방문해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을 만나는데, 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도 만날 예정입니다.
하루 동안의 짧은 일정으로 이스라엘에 힘을 실어주면서도 '과도한 보복'을 막는 바이든식 외교 풀이법을 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스라엘군 장비와 병력이 15일(현지시각) 이스라엘 남부 가자지구 인근 집결지에 모여 있다. (사진=뉴시스)
재선 가도 위한 '교두보'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이스라엘 방문 성과는 향후 대선의 가늠자가 될 전망입니다.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된다면 여파가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경기 침체에 돌입할 수 있기 때문에 '중동 정책'에 대한 수습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조성렬 북한대학원대 초빙교수(전 주오사카 총영사)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이번 순방 결과에 따라 (재선의)적신호가 켜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성과를 내려고 할 것"이라며 "외교적 마이너스를 없애기 위한 방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조 교수는 "바이든이 외교 성과로 내세우려 했던 것이 동아시아에서의 캠프 데이비드 협정과 오는 11월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한 갈등 봉합 등"이라며 "더불어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체결까지의 성과 도출이 기본 구도"라고 설명했습니다.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유대인의 지지를 확보하면서 최악의 참사가 일어나 미국이 비난받는 것을 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스라엘이 지상 공격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홍 전 원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으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희생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선을 그을 수 있다"며 "다만 국제사회가 일치한 목소리로 확전을 바라지 않기에 국지전 정도로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동인·최수빈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