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기아 노사가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잠정합의안을 극적으로 이끌어 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합니다. 이번 교섭의 핵심 사안 중 하나였던 '고용세습' 조항이 폐지가 아닌 개정으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19일 기아 노조에 따르면 기아 노조는 오는 20일 예정된 임단협 잠정합의안 조합원 투표를 진행합니다. 지난 17일 16차 본교섭을 진행해 잠정합의안을 마련한데 따른 투표입니다. 조합원의 찬반 투표를 통해 잠정합의안 확정 절차를 밟을 예정입니다.
경기 광명시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 모습.(사진=뉴시스)
이번 임단협은 지난 6월12일 기아 노조가 사측에 임금 및 별도 요구안을 전달한 후 4개월 만에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습니다.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고용세습 조항은 개정하기로 했습니다.
기아는 단체 협약에는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 퇴직자 및 장기 근속자(25년 이상)의 자녀에 대해 우선 채용한다'는 조항이 있는데요. '정년 퇴직자 및 장기 근속자의 자녀에 대해 우선 채용한다'는 문구를 삭제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을 우선 채용한다'는 문구는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을 우선 채용한다'로 고쳐 유지하게 됩니다.
이는 2020년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열고 "산재사망자 유족을 특별채용하게 한 노동조합 단체협약 규정은 유효하다"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기아 사측이 노조에 전달한 1차 제시안. (사진=뉴시스)
자녀 고용세습 조항은 2013년에부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당시 노사가 앞으로 생산직 신규 채용 시 정년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근속자 직계 자녀 1명을 1~2차 전형에서 가산점을 주겠다고 하면서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자녀고용세습 논란이 이전부터 문제가 됐던만큼 올해 임단협에서는 무사히 넘어가더라도 1년 뒤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는 업계의 중론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부터 조금씩 조항이 바뀌고 개정됐다"며 "올해도 조항 폐지 대신 개정하겠다고 합의를 한 만큼 내년에도 또 다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올해도 아직 노사 잠정합의안과 관련해 조합원의 투표가 남았습니다. 다만, 올해 기아 노조는 역대 최고 인상안에 임단협을 쟁취한 만큼 찬성 투표가 우세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한편, 기아 노사의 임금과 협상은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 △성과금 400%+105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5만원 △주식 34주 등 역대 최고 인상안을 타결됐습니다.
노사는 대신 300명의 신규 신규 인원을 채용하고, 경기 화성에 대행 목적 기반 차량(PBV)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기아 직원 자녀 1000명을 해외에 보내는 '주니어 글로벌 봉사단' 프로그램도 신설합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