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기술특례? 퓨런티어, IPO자금 2년간 100% 저축

특례상장사 IPO 자금 60% 예적금행…5곳은 100% 쟁여둬
"공모가 뻥튀기와 같은 문제…자금사용계획, 단순 요건 채우기"

입력 : 2023-10-2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기술특례 상장사 상당수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애초 계획대로 투자하지 않고 저금해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용처도 없으면서 기회될 때 돈부터 쟁여놓고 보자는 식입니다.
 
<뉴스토마토>가 25일 집계한 작년 특례상장 기업의 자금사용 내역을 보면 올해 상반기까지 특례 상장기업들은 IPO로 조달한 자금의 60.92%가량을 예적금 등 단기 금융상품에 넣어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표=뉴스토마토)
 
특례상장 제도는 현재 영업 실적이 미미하더라도 기술력이나 성장성을 갖춘 기업들에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입니다. 투자금 조달을 통해 기업의 빠른 성장을 돕겠다는 취지인데요. 특례상장 제도가 본래 취지와 다르게 기업들의 현금 확보를 위해 이용되고 있습니다. 특례상장사 26곳 중 5곳은 IPO로 조달한 자금 전부를 예적금에 넣어뒀는데요.
 
지난해 2월 상장한 퓨런티어(370090)의 경우 IPO로 236억원 가량의 자금을 조달했는데요. 상장 당시 50억원은 사옥 이전 등 시설자금으로 186억원은 인력충원 및 연구개발(R&D) 등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었습니다. 퓨런티어 상장 후 1년8개월여의 기간이 지났지만, 해당 자금은 모두 예금 등 단기금융상품에 예치됐습니다. 
 
작년 10월에 상장한 핀텔(291810)은 173억원 가량의 자금을 조달했는데요. 공장 장비투자 및 연구개발, 영업 마케팅 등에 IPO 자금을 사용한다고 밝혔으나 모두 예적금에 넣어뒀습니다. 이밖에 에이프릴바이오(397030)(7월 상장), 엔젯(419080)(11월), 인벤티지랩(389470)(11월) 등도 IPO 자금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노을(376930)(2월), 보로노이(310210)(6월), 루닛(328130)(7월) 등은 IPO 당시 확보한 자금이 남아있음에도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로 자금을 조달했죠. 스코넥(276040)(1월), 바이오에프디엔씨(251120)(2월), 샤페론(378800)(10월) 등도 IPO 자금 80% 이상을 예적금에 넣었습니다. 
 
특례상장기업의 예적금 비율은 일반 신규상장사보다도 높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 신규 상장사 66곳(스팩합병 제외) 중 40%(26곳)가 기술특례나 성장성특례 등 특례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했는데요. 특례상장을 제외한 상장사 40곳의 예적금 비율은 평균 42.79%로 확인됐습니다. 
 
증권가에선 특례상장 기업들의 상장 이후 추정 실적 괴리나 주가 부진 등의 이유로 부족한 투자를 지적합니다. IPO로 조달한 자금이 기업가치 상승과는 전혀 무관한 ‘곳간’ 채우기용으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례상장 기업들의 경우 상장 시점 실적이 미미한 경우가 많은데요. 임상이나 연구개발, 영업관련 비용 지출이 예상보다 지연될 때 실적 추정치와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죠.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결국 공모가 뻥튀기와 같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IPO 자금이 실제 투자로 이어질지도 확실하지 않은데 실적 추정치는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본다는 겁니다. 
 
이 대표는 “IPO로 확보한 현금이 투자가 아닌 예적금으로 사용되는 것은 기업가치 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IPO를 할 때 ‘그냥 회사의 자금을 채우기 위해서’라고 할 수는 없으니 M&A나 운영자금 등 여러가지 목적을 적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진짜 목적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단순 요건 채우기에 불과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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