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대응 이대론 'NO'…"경력단절 없는 직장환경 절실"

"일·가정 양립 못하면…저출산 심화"
"정규직 외 비정규직 처우개선도 방법"
"근로시간 단축, 목표 아닌 결과돼야"
"좋은 노동정책이 곧 좋은 출산정책"

입력 : 2023-10-31 오전 5:00:00
 
[뉴스토마토 이민우·조용훈·김소희 기자] '역대 최대의 30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과 '사상 최악의 저출산'이 맞물리며 미래 노동력 부족, 경제성장 둔화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여성의 경제활동참여가 당장의 노동시장 수요를 매우고 있지만, 저출산 문제로 이어져 생산가능인구 감소 문제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일·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지원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특히 고학력, 전문직 여성들이 경력단절 없이 직장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정부가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30일 <뉴스토마토>가 전문가 4인을 대상으로 '30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상승과 저출산 문제'에 대한 의견을 종합한 결과 "정부가 일과 육아의 병행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 동향총괄은 "30대 이상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가 저출산 현상의 심화와 함께 진행됨에 따라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세 둔화, 연금재정 및 정부재정 악화 등의 심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일·가정 양립에 대한 지원을 지속해 출산육아기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출산율이 함께 상승할 수 있도록 정책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근로시간단축제도, 유연근무제 등 제도 활용도를 높이는 등 가족 친화적인 근로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며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인 청년층 경제활동 참가율을 제고하고, 청년층의 경제적 자립 및 가족형성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30일 뉴스토마토가 전문가 4인을 대상으로 '30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상승과 저출산 문제'에 대한 의견을 종합한 결과 "정부가 일과 육아의 병행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한국도 노동력 부족 시대에 들어가기 때문에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가 높아져야 마땅하다"며 "근로시간은 개인이 선택할 문제다. 근로시간 단축은 목표가 아닌 결과가 돼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조 교수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위해 비정규직 자체를 없애는 것보다 유연한 근무로도 만족할 수 있을 정도의 소득실현이 가능하도록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며 "자기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일하는 과로사회로 가지 않도록 하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여성들은 남성 못지 않게 아니면 그 이상으로 고학력을 갖추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며 "경제활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혼을 포기하거나 출산을 포기하게끔 만드는 사회가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사회생활을 이어가려는 욕구가 크다"며 "'경력단절 없이, 직장을 유지하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도 "전문직 여성의 경우 경제활동을 포기하고 육아를 하기엔 기회비용이 크기에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 입장에서 유연한 일자리가 아니라, 여성 입장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종사할 수 있는 유연한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그는 "일부 지자체에선 아이를 낳으면 돈을 준다는 식의 접근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출산에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라며 "육아를 걱정하지 않을 만큼 돈을 주는 것이 아니면, 안정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동정책과 출산정책을 따로 분리해서 보고 있는데, 둘을 통합해서 봐야 한다"며 "좋은 노동정책이 좋은 출산정책이 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작년 기준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합계출산율인 1.58명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수치입니다. 극도로 경쟁적인 사회, 성 불평등 심화, 불안한 정치 상황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힙니다.
 
30일 뉴스토마토가 전문가 4인을 대상으로 '30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상승과 저출산 문제'에 대한 의견을 종합한 결과 "정부가 일과 육아의 병행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여성 일자리박람회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조용훈·김소희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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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