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이른바 ‘국민 기업’으로 불리는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으로 경영진이 구속되는 등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기 때문인데요. 일련의 위기 속 김범수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소방수로 경영 일선에 등판했지만, 카카오를 겨냥한 정부의 전방위적 칼날은 공동체의 앞날에 먹구름으로 작용하는 모습입니다.
카카오 사옥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카카오모빌리티 겨냥한 금감원·공정위…카카오·카카오엔터 ‘기소 의견’ 송치
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사 이중계약에 의한 매출 부풀리기 의혹과 관련 재무제표 심사 및 감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 계약’과 ‘업무 제휴 계약’ 회계 처리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는 자회사인 케이엠솔루션을 통해 ‘가맹 계약’을 맺은 가맹 택시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운행 매출의 20%를 로열티로 지급 받습니다. 이 중 ‘업무 제휴 계약’을 맺은 가맹 택시로부터 운행 데이터 제공과 광고·마케팅 참여 등의 조건으로 운행 매출의 15~17%를 돌려줍니다.
금감원은 이러한 계약 구조로 실제 매출이 3~5%에 불과한데도 로열티 20%를 전체 매출로 잡아 매출을 3000억 가량 부풀렸다고 보고 있는데요. 카카오모빌리티는 각각의 계약은 ‘별도의 계약’으로 회계 반영 방식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두 건의 계약이 별개의 계약이냐 상호 연관성이 있냐가 핵심”이라면서 “정상거래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는 업계에서 받는 평균 요율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카카오T 택시 (사진=뉴스토마토)
카카오모빌리티는 또 공정거래위원회 칼끝도 마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정위는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차단’ 혐의와 관련해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했습니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로부터 제재안에 대한 의견을 받은 뒤 제재 여부와 수위를 심의할 예정입니다.
SM엔터 시세조종 의혹에 따른 사법 리스크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해당 의혹을 수사 중인 금감원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 등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상태입니다.
또한 금감원이 김 센터장과 홍은택 카카오 대표,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등을 소환해 조사하며 수사를 이어온 만큼 이들 경영진에 대한 신병 처리 방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직 대표의 추가 구속 등 사법 리스크가 경영진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SM엔터 시세조종 의혹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만약 카카오가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게 될 경우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현실화한 사법 리스크가 공동체 전반을 흔드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대내외 악재에 사업도 차질 전망…위기의 카카오
잇따른 대내외 악재에 카카오 공동체의 전망도 어둡습니다. 차세대 먹거리로 점쳐진 해외 사업은 김 센터장이 ‘비욘드 코리아(한국을 넘어서)’를 통해 매출 비중을 전체의 30%까지 끌어올리겠다며 진두지휘해 왔지만, 금감원 조사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성장 동력을 얻기 힘들어졌습니다.
SM엔터 인수를 통해 시너지를 꾀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이번 시세조종 의혹의 역풍으로 장기 전략 차질이 불가피합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초거대 인공지능(AI) 사업도 직간접적 영향을 받아 연내 추진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전망하고 있는데요. 카카오 측은 자체 생성형 AI 모델인 ‘코GPT 2.0’를 계획대로 연내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나부터 반성” 김범수의 재등판…‘외부 통제’ 등 쇄신 성공할까
결국 이러한 일련의 어두운 상황은 그룹의 총수인 김 센터장을 다시금 경영 일선으로 소환하기에 이릅니다. 김 센터장은 지난달 30일 주요 공동체 CEO들과 경영 회의를 진행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현 상황을 ‘최고 비상 경영 단계’로 선포했습니다.
김 센터장은 “나부터 부족했던 부분을 반성하고 더 강화된 내외부의 준법 경영 및 통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합니다. 또한 각 공동체 내부에 새로운 기구를 신설해 준법 경영 실태를 점검하는 등의 쇄신책도 밝히는데요. 특히 준법 감시와 신사업·대규모 투자와 관련 ‘외부 통제·평가’라는 특단의 조치도 논의됐습니다.
지난해 3월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지 1년 9개월 만에 다시금 조직의 지휘봉을 잡은 김 센터장이 본인을 옭아매고 있는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고 대내외 악재에서 비롯된 카카오 공동체의 쇄신을 끌어낼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