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한 '연간 수출'…'무역 하위권' 쐐기 불가피

10월 수출 5.1% 증가…무역수지도 흑자
올해 10월까지 누계액 수출은 10% 적자
무역수지 2017년 세계 5위→올해(1~6월) '200위'
"지금은 살짝 반등한 정도…수출 회복 미지수"

입력 : 2023-11-05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김소희 기자] 한 달 뒤 '무역의 날 60주년'을 앞두고 있지만 올해 연간 무역 통계는 초라한 성적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4분기 첫 달을 알리는 지난달 수출액이 13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지만 전년과 유사한 수출 성적을 탈환하기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5일 정부와 수출기관 등에 따르면 오는 12월 5일 '무역의날' 60주년이 예정돼 있습니다. 지난달 수출입 통계가 10월 말에 나온 점을 감안할 때, 11월 수출입 통계치도 '무역의날' 60주년을 앞두고 발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10월 수출입 동향(잠정치)을 보면 지난달 수출은 550억9000달러로 반등했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5.1% 증가한 수치입니다. 
 
무역수지는 16억4000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수출액과 무역수지가 동시에 흑자를 보인 건 20개월 만입니다. 
 
5일 정부와 수출기관 등에 따르면 오는 12월 5일 '무역의날' 60주년이 예정돼 있다. 사진은 컨테이너 모습. (사진=뉴시스)
 
10월 수출 '반짝'…1년 성적은 '처참'
 
10월 성적이 반등했지만 갈 길이 먼 상황입니다. 이변이 없는 한 초라한 연간 성적표 전망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수출액 누계는 5193억달러 '적자'입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비교했을 때 10% 감소한 금액입니다. 2022년 1월부터 10월까지 수출액은 5773억달러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올해 분기별로 보면 1~3분기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수출액 감소율이 약 10%에 달합니다. 올해 1분기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7% 하락했습니다. 2분기, 3분기도 각각 12%, 9.7% 하락한 수준입니다. 
 
지난달 반등에 이어 남은 연말까지 플러스 반등을 해도 지난해 수준을 기록할 지는 미지수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더욱이 회복을 단언하기에는 지난해 수출도 안 좋았던 만큼, 기저효과를 제외한 완연한 회복세가 최대 관건입니다.
 
최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분석한 내용을 보면 올해 4분기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약 1650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지난해 4분기 수출액은 약 1589억달러 규모입니다. 당시 마이너스 10%를 기록한 만큼, 기저효과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욱이 올해 4분기 첫 시작인 10월 수출액은 534억달러입니다. 연구소 전망대로라면 남은 두 달 수출액은 1100억달러를 기록해야 합니다. 하지만 남은 기간동안 1100억달러 수출액을 기록해도 전년 대비 5% 감소가 추산됩니다.
 
2023년 연간 수출액이 지난해와 유사한 성적을 내려면 4분기 약 2200억달러를 벌어들어야 합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0%가 증가한 금액입니다. 
 
결국 지난해와 수출액 비슷해지려면 남은 11월, 12월 두 달 동안 수출액이 1700억달러가 돼야 합니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한 달에 수출액이 850억달러 이상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5일 정부와 수출기관 등에 따르면 오는 12월 5일 '무역의날' 60주년이 예정돼 있다. 그래픽은 최근 10년간 한국 무역수지 국가별 순위 추이. (그래픽=뉴스토마토)
 
세계 5위→200위 무역강국의 추락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무역수지는 180억달러 적자입니다. 무역수지는 2017년 최고점을 찍으면서 흑자를 냈습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4년 동안 흑자를 기록했던 무역수지는 2022년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2019~2021년 코로나 시기에도 선방하던 무역수지가 2022년부터 주저앉은 셈입니다. 2022년 무역수지는 478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도 처참한 수준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 데이터를 인용한 한국무역협회의 국가별 수출입 통계를 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무역수지는 264억달러 적자로, 무역수지 기준 208개 나라 중 200위를 차지했습니다. 
 
2022년 한해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477억달러 적자였습니다. 무역수지 기준 208개 나라 중 197등을 차지하며 하위권에 머물렀습니다. 
 
무역수지 최대 흑자를 낸 2017년엔 무역수지 기준 208개 나라 중 5위를 차지한 바 있습니다. 당시 1위는 중국, 2위는 독일, 3위는 러시아, 4위는 사우디아라비아였습니다.
 
2018년에도 한국은 6위, 2019년 11위, 2020년 8위, 2021년 18위였습니다. 무역수지 흑자 수준을 세계 5위까지 끌어올렸지만 200위인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저점서 살짝 반등한 것"
 
정부는 10월 수출 반등을 계기로 우상향 모멘텀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주요 품목인 자동차, 선박 등에서 호조세를 기록하고 있고 반도체도 지속 개선세를 이어 나가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수출 성적이 '최저점'을 찍었기 때문에 점차 회복되고 있을 뿐, 낙관적인 전망까진 어렵다고 얘기합니다. 
 
최근 산업연구원 발표한 산업경기 전문가 서베이 조사 결과를 보면 수출 11월 전망 지수는 106으로 전월 대비 7포인트 하락했습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538개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서는 '원재료 가격 상승'과 '원화 환율 불안정'이 각각 39.8%로 최대 애로사항으로 꼽았습니다.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도 32.47% 차지했습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10월 수출이 플러스가 됐다고 하지만 올해 상반기 수출 실적은 절망적이었다"며 "수출 환경이 좋아졌다고 할 순 없지만 최악은 지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무역수지 부분은 전쟁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 현재 전쟁 등 리스크가 남아 있다. 낙관적인 전망까진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홍우형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수출이 저점을 찍었기 때문에 반도체 시장이 좋아지면서 수출입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호황까진 아니더라도 당분간은 이런 흐름이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살짝 반등한 정도다. 노말 스테이지로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라며 "국제 경기가 훨씬 더 좋아질 기미가 안 보이기에 호황을 누리던 시기까지 수출 시장이 회복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습니다. 
 
5일 정부와 수출기관 등에 따르면 오는 12월 5일 '무역의날' 60주년이 예정돼 있다. 사진은 수출을 앞둔 컨테이너. (사진=뉴시스)
 
세종=김소희 기자 shk329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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