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출고대란 끝나자…작고 싼 차가 '대세'

현대차·기아 대부분 6개월 이내…그랜저 3주면 출고
전기차·제네시스 등 고가 차량 감소 폭 커
금리인상·인플레이션 영향 구매력 줄어
경·소형 등 가성비 차량 트렌드에 전기차도 동참

입력 : 2023-11-08 오후 2:40:03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지속된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수급난이 개선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 출고 기간이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지난해 말 일부 모델의 경우 30개월이나 기다려야 했는데 현재는 최대 3주까지로 짧아졌는데요. 신차 출고가 안정화됨과 동시에 차값 상승과 경기 침체로 인한 구매력 감소 여파로 소비자들의 저가 모델과 소형차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8일 현대차(005380)·기아(000270) 11월 납기표에 따르면 대부분 차종의 출고 기간이 6개월 이내로 짧아졌습니다. 그랜저 가솔린 모델 출고 기간은 1개월, 하이브리드는 3주입니다. 최근 출시된 싼타페(가솔린 모델)도 4개월, 투싼은 1.5개월로 지난해 10월 각각 10개월, 9개월에서 대폭 줄었습니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직원들이 아반떼를 조립하고 있다.(사진=현대차)
 
전기차는 아이오닉 5 4주, 아이오닉 6 3주, 아이오닉 5 N 1개월, 넥쏘 2주 등 1달 이내에 차량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네시스 출고기간도 대폭 짧아졌는데요. 지난해 1년씩 걸렸던 GV60와 GV70 전기차는 1개월, GV70 4개월로 단축됐습니다.
 
기아 역시 K5(가솔린) 3~4주, 셀토스 2~3개월, 스포티지 5개월, 쏘렌토 2~3개월로 짧습니다. 전기차도 EV6 3~4주, EV9 3~4개월에 그칩니다. 현대차·기아에서 가장 출고 기간이 긴 모델인 아반떼 하이브리드와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경우에도 각각 12개월, 11~12개월로 지난해 11월 24개월, 18개월 대비 크게 줄었습니다.
 
이처럼 출고 기간이 빨라진 것은 반도체 공급난이 완화 추세로 돌아서며 생산량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적체 현상이 심했던 신차 대기 수요가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는 얘기인데요.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자동차 생산량은 316만4429대로 전년동기대비 17.4% 늘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그동안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몇 십 만대 차질을 빚었지만 올해는 많이 풀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내수 쪽도 활성화되면서 공급 못했던 차량을 본격적으로 보급할 수 있는 기회가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경기 침체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내연기관 대비 비싼 전기차와 제네시스 출고 기간이 대폭 줄어든 이유인데요. 
 
업계에선 부품난 완화와 함께 고금리가 맞물리며 자동차 시장은 대형·고급차보단 가성비가 높은 소형차 위주로 소비 시장 추세가 넘어가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지난 6월 종료된 것도 원인으로 꼽힙니다.
 
기아 EV3 콘셉트.(사진=기아)
 
실제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소형 판매량은 11만6583대로 전년동기대비 16.2% 증가했습니다. 10월 국산차 판매 순위에는 레이가 4위, 아반떼 5위, 캐스퍼 9위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몸집을 줄이며 가격 낮추려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기아는 내년 소형 전기차인 EV3와 EV4를 출시합니다. 준중형 전기차인 EV5도 중국용으로 출시했지만 최근 저가 중소형 전기차 판매 수요를 감안해 국내 도입으로 전략을 바꿨습니다. 레이EV는 출고까지 5~6개월이 걸릴 정도로 인기입니다. 현대차는 내년 7월 캐스퍼 일렉트릭을 내놓습니다. KG모빌리티는 3000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한 토레스 EVX 판매에 돌입했습니다.
 
해외도 비슷한 상황인데요. 테슬라는 2만5000달러, 한화로 약 3000만원대의 보급형 전기차도 조만간 내놓을 방침인데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20년부터 보급형 전기차인 '모델2(가칭)'를 내놓겠다고 공언해 왔습니다. 폭스바겐은 지난 3월 3000만원대 전기차 'ID.2all'을 공개했습니다. 2025년부터 양산할 예정입니다.
 
김 교수는 "전기차의 강점이 하이브리드차 대비 많이 약화되면서 가성비가 떨어진 전기차 구입이 떨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완성차 업체들이 중저가의 가성비 높은 전기차 제작과 판매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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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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