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쿠팡이 5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며 이커머스 업계에서 독주 체제를 가속화하는 모습입니다.
핵심 사업인 '로켓배송'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높아졌고, 제품을 분기에 한 번이라도 구입한 고객인 '활성고객' 수가 가파르게 증가한 것이 호실적 행진의 요인으로 작용했는데요.
현 분위기에서는 쿠팡이 지난 수년간 이어졌던 이커머스 춘추전국시대를 끝내고 업계 선두 자리 굳히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다만 네이버, 신세계 등 경쟁 업체들의 거센 추격이 이어지고 근로자 사망 등의 문제도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어, 지속적인 1위 수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활성고객 수 크게 증가…사상 최초 연간 흑자 달성 유력
8일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올해 3분기 매출은 8조1028억원(61억8355만 달러·분기 환율 1310원 기준)으로 작년 같은 기간(6조8383억원) 대비 18% 상승했습니다. 달러 기준으로는 매출이 21% 늘었습니다. 분기 매출이 8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또 쿠팡의 3분기 영업이익은 1146억원(8748만 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늘었습니다. 달러 기준으로는 13% 증가했는데요. 쿠팡은 지난해 3분기 이래 5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올해는 매 분기 흑자 기조를 이어간 셈입니다.
이로 인한 1~3분기 누적 흑자 규모도 4448억원(3억4190만 달러)에 달합니다. 4분기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사상 최초 연간 흑자 달성도 유력한 상황입니다.
쿠팡이 이 같은 호실적을 거둔 것은 활성고객 수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쿠팡의 활성고객 수는 올해 기준 2042만명으로 집계됐는데요. 이는 지난해 1799만명보다 14% 증가한 수치입니다. 또 활성고객의 1인당 매출은 39만7040원(303달러)으로 전년 동기보다 7% 늘었습니다.
아울러 쿠팡의 핵심 사업이 호조세를 보인 점도 한몫했습니다. 로켓배송을 비롯해 로켓프레시, 마켓플레이스, 로켓그로스 분야의 이번 분기 매출은 7조8178억원(59억6602만 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상승했습니다. 달러 기준으로는 21% 올랐는데요.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이 같은 실적 개선의 배경으로 "고객 경험과 운영의 탁월성에 끊임없이 열중한 결과"라고 답했습니다.
이커머스 왕좌 굳히기…극복해야 할 과제도
쿠팡이 다섯 분기 흑자 행진을 이어간 것은 이커머스 업계에 있어 큰 의미를 지닙니다. 쿠팡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전후해 진행됐던 이커머스 시장의 치열한 경쟁 구도를 이겨내고, 안정적인 선두 궤도에 올라선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죠.
특히 이 같은 선두 등극이 전통의 유통 대기업들의 도전 속에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일입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고객들은 결과적으로 콘텐츠를 믿고 쿠팡을 선택한 것이죠.
이 같은 배경에는 쿠팡이 전용 멤버십인 와우 회원에게 쿠팡이츠 배달 10% 할인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충성 고객을 대폭 확장한 탓이 컸습니다.
업계는 이커머스의 무게추가 사실상 쿠팡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고 평가합니다. 특히 압도적인 회원 수를 토대로 공격적인 멤버십 마케팅을 전개하고, 이는 고객의 호응을 이끌어내면서 다시금 회사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쿠팡의 가입회원 수가 2000만명에 달한다는 건 가입할 사람은 거의 다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쿠팡이 가용한 최대 가입 고객을 확보했고, 또 좋은 제품을 가진 셀러들이 지속해서 들어오기 때문에 객단가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와우 회원 수는 지금보다 올라가면 올라갔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며 "와우회원을 대체할 만한 뚜렷한 멤버십 서비스가 현재로서는 없어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와우회원에 연결된 쿠팡플레이 등 OTT(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마케팅을 기반으로 한 혁신으로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새벽배송 및 다방면 매개체를 통한 서비스 향상을 통한 흑자지속은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쿠팡의 1위 독주를 속단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되는데요. 실제로 이커머스 업황 자체의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 보니 아직까지도 네이버쇼핑, 신세계 등 기존 대기업들의 시장 점유율 확대 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되는 실정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쿠팡 24.5% △네이버 23.3% △신세계(G마켓·옥션·SSG닷컴 등) 10.1% △11번가 7% 순으로 집계됐는데요. 쿠팡과 네이버와 격차는 미세한 수준이고, 여기에 11번가 지분 일부를 인수하려는 하는 큐텐이 계획대로 인수에 성공할 경우, 11.6%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3위 경쟁 사업자로 올라섭니다.
쿠팡이 근로자 사망 사고 등 부정적 근로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인데요. 특히 사화 전반적으로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가 요구되는 추세인 만큼, 사세 확장과 함께 근로자와의 원만한 문제 해결 시스템이 요구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쿠팡의 흑자 지속은 지속되기 힘든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쿠팡플레이 등 여러 가지 서비스와 물량공세를 통해서 새벽배송을 통한 흑자전환을 이뤘겠지만, 이 같은 부분들은 다른 혁신 기업들도 빠르게 쫓아와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흑자전환 배경에는 무엇보다 쿠팡맨들의 희생이 따르는데, 지금까지야 단기적으로 돈을 줘가면서 유지했겠지만 앞으로 물류비 상승 및 인건비 상승 등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무엇보다 라이센스 비즈니스가 아니기 때문에 끊임없이 혁신할 수 있는 사업 모형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 쿠팡 본사 건물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이지유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