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교육부가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 프로그램 등의 교육·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초1 에듀케어' 정책을 내년 3월부터 전국 모든 학교에서 시행하겠다고 하자 교육계의 걱정이 큽니다.
현재 시범 운영 중인 학교에서 전문 인력과 전용 공간 부족 등의 문제가 생기고 있는데, 이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은 채 정책 속도만 높이고 있어섭니다. 교육계는 문제 해결과 정책 타당성 검토 등을 거친 후에 전국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늘봄학교'보다 한 학기 빠르게 전면 시행
9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초등학생들에게 아침·저녁 돌봄 및 방과 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늘봄학교' 정책 가운데 '초1 에듀케어'를 내년 3월 전국 초등학교에서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시범 운영을 하고 있는 지역에서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아 학교 적응력을 키워야 하는 초등학교 1학년에 대해서만 원래 계획보다 빠르게 도입한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입니다.
앞서 지난 3월부터 인천·대전·경기·전남·경북 등 5개 교육청 산하 214개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 시범 운영이 시작됐습니다. 이어 2학기에는 충북·충남·부산으로 시범 운영 지역을 확대한 상황입니다. 당초 교육부는 '늘봄학교' 정책의 전면 도입 시기를 기존 2025년에서 내년 2학기로 앞당기겠다고 예고한 바 있는데 '초1 에듀케어'의 경우 이보다 한 학기 더 빠르게 시행하게 됐습니다.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원칙적으로 교사들에게는 '초1 에듀케어' 관련 일을 맡기지 않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퇴직 교원을 활용하거나 전담 교사를 둘 방침입니다. 예산도 '늘봄학교'의 경우 교육부와 교육청이 함께 부담하는 방식이지만 '초1 에듀케어'를 실시하는 첫 달은 교육부가 전체 예산을 지원하고자 검토하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늘봄학교' 정책 중 '초1 에듀케어'를 내년 3월부터 전국 모든 학교에서 시행하겠다고 밝히자 교육계의 걱정이 크다. 사진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8월 충남 천안 불당초등학교를 방문해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참관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공간 부족으로 도서관에서 책 읽기 등 제한된 활동만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이에 대한 쓴소리가 쏟아집니다. 현재 '늘봄학교'를 시범 운영 중인 학교들이 부족한 인력을 비정규직·기간제 교사·자원봉사자 등으로 메꾸고 있는데 이러한 방식으로는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어 전국 확대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주를 이룹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시범 운영의 경우 사업 특성상 비정규직 등의 한시적 인력을 활용할 수 있지만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시행하는 정책은 지속성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이 운영하는 건 무리"라면서 "교육의 질적 확보를 위해서라도 정규직 전담 인력을 확보한 뒤 전국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초1 에듀케어'를 실시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해지면서 각종 실습 등을 진행하는 공간도 많아져 상당수 학교가 '초1 에듀케어' 프로그램을 할 유휴 교실이 없는 상태입니다.
어쩔 수 없이 수업을 하는 일반 교실에서 관련 활동이 이뤄지면 담임교사가 업무를 할 공간이 없어지게 됩니다. 초등학교의 경우 담임교사가 수업 후 해당 교실에서 업무를 보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늘봄학교'를 시범 운영하고 있는 많은 학교가 도서관에서 학생들에게 책을 읽도록 하는 등 제한된 프로그램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다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북지부 정책실장은 "학생들을 이렇게 오랜 시간 교실에서 생활하게 하는 건 오로지 어른의 필요에 의한 것일 뿐 교육적 가치와 학생 행복 등을 생각하면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라며 "'늘봄학교'를 시범 운영 중인 학교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나 타당성 검토도 하지 않은 채 이렇게 서둘러 정책을 확대하는 건 총선용이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꼬집었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 8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늘봄학교 전면 확대 정책 폐기 요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