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학교 영양사 10명 가운데 3명 이상이 근무 중에 근육·인대 파열이나 골절과 같은 심한 부상을 당해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근무 중 발생한 질환으로 산업 재해 신청을 시도했던 영양사는 겨우 2%에 불과했습니다.
"학교 급식 현장, 문 열어두고 업무…영양사도 조리흄 노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은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전국 학교 영양사 실태조사 발표 및 폐암 산재 승인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실태조사는 지난 9월 21일부터 27일까지 전국 시도교육청 산하기관 유·초·중·고·특수학교 영양사 1044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습니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 영양사의 82.4%가 작업 환경 관련 통증이나 이명·난청 등의 불편함을 겪어봤다고 응답했습니다. 염좌·근육 및 인대 파열·골절과 같은 심한 부상을 당한 경우는 33.5%에 달했으며, 화상을 입은 경험도 10.6%였습니다.
아울러 학교 영영사도 급식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폐질환을 겪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우려됐습니다. 학교 영양사가 조리실에서 현장 업무를 수행하는 시간이 하루 평균 2시간 이상인 경우가 66.4%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학비노조가 지난 3월 전국 학교 영양사 가운데 55세 이상 또는 5년 이상 근무자 1321명을 대상으로 폐질환 검진 결과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8.9%가 폐결절을 앓고 있었습니다. 폐암 확진자와 폐암 의심자도 각각 3명·4명이 나왔습니다.
정해경 학비노조 강원지부 영양사분과장은 "급식소에 많은 출입문이 설치돼 있지만 업무의 흐름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무거운 식재료를 옮기는 과정에서 출입문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모든 문을 열어둔 상태로 조리를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학교 영영사도 문을 열어두고 업무를 보는 일이 많아 튀김·구이 등을 조리할 때 나오는 발암 의심 물질인 조리흄에 노출되는 상황은 조리직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호소했습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은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전국 학교 영양사 실태조사 발표 및 폐암 산재 승인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정해경 학비노조 강원지부 영양사분과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사진 = 장성환 기자)
인권 침해 당한 경험 49%…적절한 보호 조치는 20%에 그쳐
학교 영양사들이 근무 중 여러 질환을 겪으면서도 산업 재해 신청을 시도해 본 비율은 2%(21명)에 그쳤습니다. 산업 재해를 신청하지 못한 이유로는 '산업 재해 신청 시 판정을 받지 못할 거 같아서'(26.8%)·'절차를 잘 모르거나 번거로워서'(10.9%)·'관리자로부터 받을 문책이나 불이익이 우려돼서'(8.3%) 등이 꼽혔습니다.
학생·학부모·교직원·직장 상사·교육청 직원 등으로부터 폭언·모욕·협박·갑질과 같은 인권 침해를 당해봤다는 답변도 49%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때 관리자나 상급 기관이 격리 조치 등 적절한 보호 조치를 취했다는 응답은 20%에 머물렀습니다.
박미향 학비노조 위원장은 "모든 노동자들이 직무와 상관없이 안전한 일터에서 일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 만큼 학교 급식실도 예외가 되선 안 된다"면서 "정부와 교육당국은 폐암의 공포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영양사들을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은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전국 학교 영양사 실태조사 발표 및 폐암 산재 승인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박미향 학비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사진 = 장성환 기자)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