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2025년부터 한국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해외 인구정책 전문가들은 '고용연장'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습니다. 이들은 기대수명에 따라 정년 연령을 늦추는 '네덜란드식' 고용연장 방안을 조언했습니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육아와 주택마련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책무 강화를 주문했습니다. 다만, 비용이 줄어들면 출산율이 오를 것이라는 단순한 접근을 경계해야 한다며, 비경제적인 접근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국민경제자문회의는 20일 '저출산·고령화 사회 대응과 성잔전략' 국제컨퍼런스를 열고 요시키 다케우치(Yoshiki Takeuchi)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차장, 에드 웨스터하우트(ED Westerhout) 등 국제 전문가들과 함께 한국 인구절벽 문제 해법 등을 논의했습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국민경제자문회의는 20일 '저출산·고령화 사회 대응과 성잔전략' 국제컨퍼런스를 열고 저출산고령화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은 기조연설하는 요시키 타케우치 OECD 사무차장. (사진=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은퇴 연장…네덜란드식 제언
요시키 다케우치 사무차장은 은퇴연령기에 접어든 인구가 많아지는 등 피부양자의 압박이 가중하고 있다며 '고용연장'의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다케우치 사무차장은 "고용연장을 하거나, 생산성을 높이지 않을 경우 경제, 연금 분야에서 하방압력은 계속될 것"이라며 "한국은 65세 이상 노인 40% 이상이 빈곤노인에 속하고, 이중 상당수가 경제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CEO들의 75%는 '인재가 부족하다'는 평가하고 있다"며 "이는 숙련된 노인근로자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반증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년을 67세로 올린 네덜란드의 틸뷔르흐대학교 소속 에드 웨스터하우트 교수도 회의에 참석해 네덜란드식 고용연장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늘어나는 기대수명에 따라 퇴직 정년도 함께 늘리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입니다.
에드 웨스터하우트 교수는 "네덜란드의 경우 자동조정시스템을 통해 퇴직연령과 기대수명을 연동했다"며 "통계적으로 기대수명이 1년 늘면, 퇴직연령을 8개월 연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금과 관련해서는 "기대수명 연장과 고령화로 연금체계 유지에 어려움이 생기는 것은 선진국가들의 공통의 현상"이라며 "네덜란드는 높은 보험료율, 낮은 소득대체율을 관리하기 위해 연금을 확정기여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상협 하와이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의 경우 고령자 고용촉진법이 있고, 프랑스는 이주노동자에게 영주권을 주기 시작했다"며 "다른 국가들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국민경제자문회의는 20일 '저출산·고령화 사회 대응과 성잔전략' 국제컨퍼런스를 열고 저출산고령화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은 컨퍼런스 모습. (사진=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육아, 내 집 마련…정부가 담보"
진영(Jean Yeung) 국립싱가포르대학교 가족인구연구센터장은 결혼·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육아, 주택마련에 드는 비용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영 센터장은 "젊은 사람들이 결혼 후 최우선 순위로 꼽는 게 주택 마련인데, 싱가로프 정부는 국민 90%가 집을 보유할 수 있도록 보조금 정책을 쓰고 있다"며 "돈을 지원해 주고 이를 소유주가 갚아나가야 하는 방식. 완전한 무료는 아니지만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육아 비용과 관련해서는 "육아비용을 줄일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싱가포르가 도입한 정책 중 저축계좌가 있다"며 "싱가포르 사례는 일회성 출산지원금보다 저축계좌가 효과적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노동과 관련해서는 "동아시아 국가들은 세계에서 가장 긴 근로시간을 가지고 있다. 데이트할 시간, 가족과 보낼 시간이 없는데 '굳이 자녀를 낳아야 하냐'는 비판이 나온다"며 "고착된 문화들을 바꾸는 데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비용만 줄여선 안 돼"
사기리 키타오 (Sagiri Kitao) 도쿄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결혼한 가정에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는 설문을 한 연구 결과, 60%가 비용이 부담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면서도 "비용만 줄여준다고 출산율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사기리 키타오 교수는 "부모가 돈을 받으면 아이를 더 낳기보다 한 아이를 잘 키우는 데 사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며 "일부 논문에서는 학원 지출에 패널티를 부여하면 출산율이 오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1970년대에는 최고라고 불렸던 정책이 지금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기존의 정책을 계속해서 다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모니터링평가센터장도 "한국도 육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큰 비용을 제출했지만, 효과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잘 산다고 아이를 두, 세 명씩 낳는 게 아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책 기조로 다가가야 하는 문제를 지원사업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라며 "경제적인 지원으로만 해결해서는 안 된다.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국민경제자문회의는 20일 '저출산·고령화 사회 대응과 성잔전략' 국제컨퍼런스를 열고 저출산고령화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은 토론하는 사기리 키타오 교수. (사진=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