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링크플레이션' 부메랑…정부, 200여개 가공식품 '조준'

4% 상승 육박한 소비자물가, 억누르기 '부작용'
슈링크플레이션 곳곳서 성행…스킴플레이션도
사정기관, 23일부터 신고 가동…가공업체 칼날
최근 1년 변동치…이달 말까지 조사 '12월 초 공개'

입력 : 2023-11-22 오후 5:32:24
 
[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물가 억누르기로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가격은 그대로지만 용량만 줄이는 현상)' 부작용이 지적되는 가운데 결국 사정기관인 공정당국이 200개가 넘는 가공식품을 겨냥하고 나섰습니다.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73개 품목, 209개 가공식품에 대한 최근 1년간 가격·용량 변동치를 조사하고 관련 정보 수집을 위한 신고센터도 가동하기로 했습니다.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22일 소비자단체·한국소비자원·관계부처들과의 슈링크플레이션 대응 관련 간담회를 통해 "최근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는 대신 용량을 줄여 실질적인 가격인상 효과를 노리는 슈링크플레이션이 크게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습니다.
 
공정위는 슈링크플레이션을 '소비자 기만 행위'로 보고 기업들의 용량조정 정보를 소비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정보 제공'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소비자원은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73개 품목, 209개 가공식품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또 23일부터는 소비자원 홈페이지를 통한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를 설치하는 등 대국민 제보도 접수합니다. 소비자원을 중심으로 사업자와 자율협약 체결을 추진해 단위가격·용량·규격 등 변경 때에는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입니다. 
 
조홍선 부위원장은 "소비자원의 조사결과는 12월 초에 발표할 예정"이라며 "소비자원 참가격 사이트에서 가격변동 정보뿐만 아니라 중량변동 정보까지 공개해 슈링크플레이션 정보를 상시로 확인할 수 있도록 개편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아직 조사 중인 사안이라 기업들에게 받아봐야 알겠지만, 최근 1년간 변동을 조사해 업체·품목·용량을 별도로 공개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22일 소비자단체, 한국소비자원, 관계부처와 슈링크플레이션 대응 관련 간담회 열었다. 사진은 한 대형마트 모습. (사진=뉴시스)
 
앞서 정부는 소비자물가가 석 달 연속 치솟으며 4%대 상승을 넘보자, 각 부처 차관을 '물가안정책임관'으로 두고 물가 잡기에 나선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 조치가 오히려 슈링크플레이션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식품 원자잿값을 비롯해 인건비, 유가 상승의 여파로 유통 비용마저 부담인 상황에서 기업들은 기존 상품의 가격은 유지한 채 핵심 원재료 용량을 줄이는 '꼼수'를 택했습니다. 
 
일례로 CJ제일제당은 이달 초부터 편의점에 공급하는 '숯불향 바베큐바' 중량을 기존 280그램에서 230그램으로 줄였습니다. 동원F&B도 양반김 중량을 5그램에서 4.5그램으로, '동원참치 통조림'도 100그램에서 90그램으로 낮췄습니다.
 
가격은 동일한데, 주스의 과즙 함량을 낮추는 등 질을 떨어뜨리는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 사례도 나왔습니다. 롯데칠성음료는 오렌지 주스 원액 가격이 오르자, '델몬트 오렌지 주스'의 과즙 함량을 기존 100%에서 80%로 낮췄습니다. 
 
'100%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사용을 내걸었던 BBQ도 지난달부터 '블렌딩 오일'로 튀김기름을 교체했습니다. 올리브유 가격이 4배가량 크게 뛰자, 올리브유 50%에 해바라기유 50%를 섞어 단가를 낮춘 것입니다.
 
조홍선 부위원장은 "슈링크플레이션은 실질적인 가격 인상임에도 소비자가 이를 바로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에 일종의 기만적 행위로 인식된다"며 "시장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엄중한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원료 값이 오르는데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업들로서도 고충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양을 조절하는 방법이 과도할 경우 지탄받을 수 있겠지만 경제적 논리에 따라 상품을 축소할 수도 있고 조절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부 눈치로 가격을 올리지 못한 부작용이 크다고 본다. 소비자원을 앞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공정위가 나서는 등 사정기관의 움직임이 시작된 것 아니겠느냐. 식품기업에 대한 제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22일 소비자단체, 한국소비자원, 관계부처와 슈링크플레이션 대응 관련 간담회 열었다. 사진은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 모습.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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