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유진 기자] 성별과 학력, 혼인여부로 인한 '여가 격차'가 실존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혼인에 따라 가사노동 시간이 늘고 여가시간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성의 육아휴직 등을 유인해 성별격차를 줄이고 여가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노동자의 여가시간 격차' 분석을 통해 성별과 학력, 소득 등에 따라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이 뚜렷하다고 26일 밝혔습니다.
지난 2004년부터 2019년까지 15년간 여가 격차 변화를 보면 노동과 소득의 격차는 교육·주거 등 기초 서비스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분석은 수면·식사 등 개인유지를 위해 필요한 시간을 '필수시간'으로, 일과 가사노동 등을 하는 시간을 '의무시간'으로 정의했습니다. 또 개인이 자유롭게 사용가능한 시간을 '여가시간'으로 보고 노동자의 24시간을 분석했습니다.
2019년 기준 여성의 필수시간은 일평균 11시간22분, 의무시간은 7시간 36분이었습니다. 남성의 필수시간은 11시간 18분, 의무시간은 7시간 18분으로 분석됐습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필수시간 4분, 의무시간 18분 많게 집계됐습니다.
반면 여성의 여가시간은 4시간으로 남성보다 32분 적었습니다. 이는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시간배분에 있어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을 의미합니다.
26일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자의 여가시간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성별·학력 등으로 인한 '여가격차'가 상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프는 성별·혼인상태별 일평균 여가시간. (그래프=뉴스토마토)
혼인상태별 남성과 여성의 시간 배분 양상을 보면 2019년 기준 기혼남성은 미혼에 비해 필수시간과 의무시간이 각각 2분, 14분 길었습니다. 여가시간은 9분 적었습니다. 기혼남성의 필수시간은 11시간 19분으로 집계됐습니다. 의무시간은 7시간 22분, 여가시간은 4시간 30분이었습니다.
여성은 기혼인 경우 미혼보다 필수시간이 24분 적고 의무시간은 1시간 16분 길었습니다. 여가시간은 43분 적게 나타났습니다. 기혼여성의 필수시간은 11시간13분이며 의무시간은 8시간4분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여가시간은 3시간44분에 불과했습니다.
성별 뿐 아니라 학력도 여가시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노동연 측의 설명입니다.2019년 기준 남성과 여성 모두 중졸 이하가 고졸·대졸·대학원 이상에 비해 총 여가시간이 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울러 중졸 이하를 제외하면 학력수준이 높아질수록 여가시간의 양이 증가한다고 봤습니다.
남성의 경우 중졸 이하의 일평균 여가시간은 5시간 9분이었습니다. 고졸 4시간25분, 대졸 4시간 26분, 대학원 이상은 4시간 40분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성은 중졸 이하 4시간 26분, 고졸 3시간 43분, 대졸 3시간 56분, 대학원 이상은 4시간 9분으로 집계됐습니다.
손연정 노동연 연구위원은 "남성은 2004년에 비해 2019년에 중졸 이하에서 여가시간이 근소하게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모든 집단에서 여가시간이 감소했다"며 "여성은 중졸 이하와 대학원 이상에서 여가시간이 각각 37분, 29분 증가해 학력에 따른 여가 격차카 거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여가의 질적 격차를 살펴보기 위한 여가활동을 사회활동·소극적 여가활동·봉사활동·적극적 여가활동·기타 다섯가지 영역 결과에서는 2019년 기준 사회활동 시간이 남성보다 여성이 18분 많았습니다.
반면 가정에서 휴식하는 여가인 '소극적 여가'와 스포츠·레포츠 등 '적극적 여가'는 남성이 각각 20분, 13분 많았습니다.
이에 따라 노동연 측은 여가시간의 격차 등 사회 구조적 불평등을 반영, 성별 여가격차 해소를 위해 육아휴직 제도 등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습니다.
손 연구위원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여가 격차가 존재함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연구"라며 "사회적 격차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재구조하기 위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성별 여가격차 해소를 위해 전통적 성역할에 대한 인식과 성별 역할 분리를 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등을 남성이 많이 활용할 수 있도록 유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소득에 따른 여가활용 격차 완화를 위해 여가 인프라 확대를 위한 투자와 다양한 여가활동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26일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자의 여가시간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성별·학력 등으로 인한 '여가격차'가 상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영화관 무인발권기에서 영화를 고르는 관객. (사진=뉴시스)
세종=김유진 기자 y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