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는 겨울철에 접어들수록 국물 요리를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장군이 위세를 떨칠수록 매서운 추위를 녹일 따뜻한 국물이 포함된 음식을 선택하지만, 문제는 일반적으로 국물 음식에는 염분이 많이 포함돼 위와 혈관 건강을 위협한다는 것입니다.
국물 요리가 잠깐의 추위를 잊고 움츠러드는 심신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과하게 섭취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선택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짜고 매운 음식들을 자주 섭취할 시 위점막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과도한 염분 섭취는 혈압을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저염식을 통해 건강관리를 해야 하는 환자들에게는 국물 음식은 해가 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더 요구됩니다.
한국인의 소울푸드라 불리는 국물요리는 메뉴 특성상 염분, 즉 나트륨 함유량이 높은 음식 중 하나로 꼽힙니다. 나트륨은 위 건강에 치명적이므로 평소 본인의 식습관을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는데요.
장재영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대표적 위암 호발국가인데 그 원인에는 한국인 특유의 식습관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짜고 자극적인 음식에는 아질산염 같은 발암물질이 많이 들어있어 과다한 섭취는 위 점막에 염증을 초래해 샘암종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샘암종은 위점막에서 발생해 대부분 위암의 기원이 됩니다. 약 95%의 위암이 샘암종인 것으로 알려져 있죠. 위 점막의 염증이 지속되면 위세포가 파괴돼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위암을 유발하는 전암병변으로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위암 초기는 대부분 무증상이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위암의 초기 증상은 소화성 궤양 질환의 증상과도 유사해 쉽게 간과하고 지나가기 쉬운데요.
장 교수는 "위암은 내시경 검사를 통해 정확·신속하게 진단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의 조기 위암 완치율은 95% 이상으로 높기 때문에 속쓰림, 소화장애 등이 있고 최근에 내시경 검사를 받은 적이 없다면 약물을 임의로 복용하기 보다는 빠르게 병원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위암 예방을 위해서는 생활습관, 특히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을 최소화하는 대신 항산화효소와 식이섬유 등의 함유량이 높은 과일, 채소를 섭취하는 등 식습관을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좌측부터) 장재영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우종신 심장혈관센터 교수(사진=경희대병원 제공)
겨울철 혈관건강 관리 포인트 '적정 나트륨 섭취'
국물 요리의 나트륨은 고혈압 환자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고혈압은 식사 습관 개선, 규칙적인 운동, 금연 등 생활요법의 병행이 필요한 대표적인 질환입니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다양한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혈압관리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요. 실내외 온도차로 인한 유동적인 혈압, 추위로 인한 활동력 감소와 과도한 나트륨 섭취 때문입니다.
우종신 경희대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는 "갑작스러운 추위는 교감 신경계를 활성화 시키고, 혈관수축과 함께 혈압을 상승시키는데, 단순히 혈압 상승에서 끝나지 않고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뇌혈관 질환으로 심화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특히나 저염식단의 생활화를 통해 나트륨 섭취량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혈압 환자에게 겨울철은 매우 힘든 계절 중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나트륨 섭취의 적정수준은 식품 100g당 나트륨 120mg 미만일 때를 의미합니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국물이 포함돼 있는 국밥과 찌개류 대부분은 나트륨 함유량이 매우 높은데요. 나트륨이 많이 첨가된 음식을 즐겨 먹으면 단 음식에 대한 욕구도 덩달아 높아져 과체중, 비만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 교수는 "장기간 혈압이 조절되지 않고 상승된 상태로 유지되면 심부전, 뇌줄중, 신부전 등 합병증은 물론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겨울철 혈압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그는 이어 "나트륨 과다 섭취는 혈압을 상승시키기 때문에 국밥과 찌개류의 섭취는 최소화하는 것을 권장하며, 실내외 온도차가 많이 나지 않도록 얇은 옷을 여러겹 걸쳐 입거나 따뜻한 실내에서 추운 외부로 나갈 때는 보온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