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현직 판사를 비방하는 현수막을 건 시민단체에 대해 이례적으로 법적 조치에 나섰습니다. 법조계에선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대응이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법원행정처는 최근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비방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한 보수단체를 옥외광고법 위반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발했습니다.
현수막 게시는 집회에 사용하는 경우 구청의 허가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이 단체는 실제로 집회를 하지도 않으면서 한 달 넘게 현수막을 걸었다는 게 법원행정처의 입장입니다.
이 단체는 유 부장판사가 지난 9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과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일대에 유 부장판사를 비방하는 내용이 담긴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 현수막엔 유 부장판사의 얼굴 사진과 함께 '정치 판사', '정치하냐?', '공천 하나 받게?' 등 유 부장판사를 비방하는 문구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늘어나는 법관 공격…이례적인 법적 조치
법원행정처가 판사 비방 현수막 게시자를 형사고발한 것은 극히 드문 일입니다. 법조계는 그럼에도 법치주의를 지켜내기 위한 법원 차원의 적절한 대응이었다고 평가합니다.
사실 고위 법관뿐만 아니라 일선 판사의 판결을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주거지 인근에 현수막을 걸거나 과도하게 개인정보를 알아내 신상털기하는 등 법관 개인에 대한 공격은 앞서도 있었고, 또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재판 결과에 대해 논의하고, 잘못된 지점이 있다면 비판하는 등 표현의 자유가 지켜져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판사 개인에 대한 선 넘은 공격을 방치하게 된다면 비방의 수위는 더욱 심해져 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도를 넘는 비방은 법치주의 훼손을 야기할 위험이 있다"며 "법관 개인에게 그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법원 차원의 대응과 보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원행정처의 대응 이후 해당 단체는 현수막을 자진 철거했습니다. 법원행정처는 추가로 현수막을 걸지 않는다면 고발 취하를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법관 대표들, 오는 4일 대응 방안 모색
한편 외부의 과도한 공격으로부터 법관과 사법권의 독립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입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12월 4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개최하는 제2회 정기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의안 등을 논의한다고 밝혔습니다.
판결을 이유로 한 판사 비방 대책 외에도 법관의 SNS 사용 지침, 시니어판사 제도 도입 등도 의안에 포함됐습니다.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