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내년부터 서울 일부 학교 학생들은 AI(인공지능) 기능이 탑재된 '영어 튜터 로봇'의 도움을 받으면서 영어를 배울 수 있게 됩니다. 아울러 '원어민 영어 보조 교사'도 희망하는 모든 서울 공립 초등학교에 배치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옵니다. '영어 튜터 로봇'과 관련해서는 관리에 대한 부담을 토로하고 있고, '원어민 영어 보조 교사' 확대의 경우 학생들에게 교육적으로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높습니다.
'국제공동수업' 확대하고 '음성형 챗봇 앱'도 시범 도입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서울 교육 국제화 추진 방안'과 '서울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먼저 '서울 교육 국제화 추진 방안'은 학생들의 글로벌 소통 능력 신장을 위한 '국제공동수업' 확대가 핵심입니다. '국제공동수업'은 서울시교육청이 개발한 통·번역 시스템을 이용해 서울 학생과 외국 학생이 비대면 교류를 하는 방식의 수업으로 올해의 경우 지난 5월과 8월 각국의 학생들이 코딩을 배운 후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영어로 발표까지 진행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수업의 형태와 주제를 이민·국제 분쟁·빈곤 등으로 다양화하는 것은 물론 비대면을 넘어 대면 교류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입니다. 오는 2026년까지 서울의 중학교 1학년 학생 전체와 희망하는 초·중·고교 학생들로 범위를 넓히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울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은 AI 활용에 중점을 뒀습니다. 우선 민간 기업과 협력해 개발 중인 '영어 튜터 로봇'이 내년 3월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 5곳에 각각 1대씩 보급됩니다. 해당 로봇은 AI 기능이 탑재돼 학생과 영어로 대화를 나누거나 영어 회화 시범을 선보이는 등 보조 교사와 같은 역할을 수행할 계획입니다. 식당 내 서빙 로봇과 비슷한 크기로 만들어져 학생 얼굴을 인식해 맞춤형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능도 들어갑니다.
대학과 연계한 '음성형 챗봇 앱'도 내년 3월부터 3곳의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시범 도입합니다. 해당 앱은 학생이 특정 상황을 설정하면 영어로 자유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어 교사가 수업 도구로 활용하거나 학생들이 가정에서 영어 말하기 연습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원어민 영어 보조 교사'도 확대 배치합니다. 희망하는 모든 공립 초등학교에 '원어민 영어 보조 교사'를 배치함과 동시에 과대 학교는 최대 2명까지 둘 수 있도록 할 방침입니다. 내년 상반기에 총 446명을 배치하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원어민 영어 보조 교사' 배치에 따른 학교의 행정 업무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전담 조직을 설치·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서울 교육 국제화 추진 방안'과 '서울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사진 = 장성환 기자)
"로봇 관리·책임 교사에 떠맡기면 오히려 수업 질 저하될 수 있어"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정책에 대한 걱정 어린 시선도 존재합니다. 일단 '영어 튜터 로봇'의 경우 서울시교육청이 기존 중학교 1·2학년 학생들에게 보급한 학습용 스마트 기기인 '디벗'처럼 관리와 책임을 학교·교사가 떠맡게 될 가능성이 높아 부담스럽다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박호철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영어 튜터 로봇'이 도입되면 수업에 도움을 주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으나 현재 학교 현장에서는 업무 책임에 대한 부담이 더 크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로봇에 문제가 생겨 이를 해결하는 동안 수업 흐름이 끊긴다거나 관련 업무 증가로 수업 준비 시간이 부족해 오히려 수업의 질만 저하되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원어민 영어 보조 교사' 확대 정책을 두고도 투자되는 예산 대비 얻어지는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회의론적인 의견이 많습니다. '원어민 영어 보조 교사'가 초등학생들의 영어 교육에 큰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는 겁니다.
이형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최근 교대를 졸업한 학생들을 보면 원어민 못지않은 영어 능력을 보유한 경우가 많다"면서 "차라리 영어 교사의 수를 늘리고 좀 더 양질의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연수를 시켜주는 게 더 나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서울시교육청의 '서울 교육 국제화 추진 방안'과 '서울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을 두고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충북 청주시 흥덕구 봉명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