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웨이브가 손을 잡았습니다. 소문만 무성했던 양 사의 합병이 드디어 초읽기에 들어갔는데요. 글로벌OTT 넷플릭스에 맞설 대항마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합병까지는 해결해야 할 단계가 많습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티빙의 최대주주 CJ ENM과 웨이브의 최대주주
SK스퀘어(402340)는 합병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중입니다. 이르면 이번주 양사의 합병을 추진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설은 지난 2020년 7월 처음 제기됐고 지난 7월에도 재차 불거졌습니다. 당시만 해도 양측은 "논의한 바 없다"라며 합병설을 일축했는데, 이번에는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전략적 제휴를 포함해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중"이라는 답변으로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양 사의 합병은 토종 OTT 간 연합으로 국내 OTT 시장을 점령한 넷플릭스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우고 있습니다. 티빙의 월 활성이용자(MAU)는 510만명, 웨이브는 423만명으로, 합병 시 중복 이용자를 감안해도 쿠팡플레이(527만명)을 넘어서고 넷플릭스(1137만명)와도 격차를 꽤 좁힐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동안 국내 OTT들은 탄탄한 자본력을 갖춘 넷플릭스에 콘텐츠 투자, 외형에서 밀리며 힘겹게 경쟁해왔습니다.
다만 두 회사가 '국내 최대 규모 OTT'로 재탄생하기까지는 여러 난관이 예상됩니다. 우선 웨이브는 4년 전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발행한 2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만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재무적투자자(FI)는 미래에셋벤처투자 PE본부, SKS프라이빗에쿼티(PE)입니다. CB 만기는 1년 남았지만, 올해 11월29일까지 기업공개(IPO) 절차에 착수하지 않을 시 만기보장수익률 3.8%를 내부수익률(IRR) 9%로 변경하기로 약정한 만큼 이자 부담이 더 커졌습니다.
티빙의 2024년 작품 라인업. (사진=티빙)
CJ ENM도 지분 매입을 위한 자금이 필요합니다. 올해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주사는 자회사(비상장) 지분을 50% 이상 보유해야 합니다. 개정법 시행 전 자회사·손자회사는 이전 기준인 40%를 적용하므로, CJ ENM은 이 기준에 해당합니다. 현재 CJ ENM의 티빙 지분율은 48.85%지만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법인이 되면 지분이 희석되므로 지분율 40%를 맞추기 위한 추가 지분 매입을 준비해야 합니다.
두 회사의 OTT 시장점유율을 고려할 때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부담도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국내 OTT 시장 점유율은 넷플릭스 38%, 티빙 18%, 웨이브 14% 순으로, 티빙과 웨이브 합산 점유율이 32%로 높아 규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티빙의 2대 주주인 KT스튜디오지니를 비롯해 네이버, SLL중앙, 웨이브의 지상파 3사 등 주요 주주 간 지분 비율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독자생존 대신 합병을 택한 두 회사의 선택에는 긍정적 평가가 나옵니다. OTT 구독자에게는 웨이브의 지상파 콘텐츠와 티빙이 보유한 국내외 글로벌 콘텐츠를 모두 즐길 수 있어 가입자가 늘 수 있습니다. 또한 콘텐츠 제작 원가도 절감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양 사가 합병된다면 모두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점에서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높아진 점유율로 가격 인상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지만 부차적 이슈"라고 분석했습니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와 티빙이 합병을 추진한다. (사진=웨이브)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