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퇴임한 반면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유임하면서 특유의 안정적 성장전략이 재평가 받습니다. 최윤호 사장은 삼성SDI에 부임한 2년여간 자동차 배터리 부문 영업흑자를 방어하며 수익성 우위 전략을 구사해왔습니다. 이같은 양호한 현금흐름은 최근 업계가 전기차 판매 둔화로 시설투자 부담에 시달리는 형편에서 버틸 힘이 된다는 평가입니다.
30일 삼성SDI 등에 따르면 회사는 차량용 배터리 사업부문 영업이익을 따로 분리해서 공시한 적은 없으나, 최윤호 사장이 부임한 2022년 이후 매분기 영업흑자를 달성해온 것으로 파악됩니다. 특히 올 3분기에는 관련 부문 영업이익률이 9.3%로 업계 최고 수준을 달성, 두 자릿수를 목전에 뒀습니다. 앞서 2022년에는 전사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바도 있습니다. 이같은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최윤호 사장은 연말 정기인사에서 체제 연장을 보장받았습니다.
최윤호 사장은 재무통 답게 수익성을 중시하며 안정적 성장을 도모해왔습니다. 이는 경쟁사들이 매출 위주로 시장 점유율에 치중했던 전략과 비교됐습니다. 한때 수주실적 등에서 경쟁사들이 성과를 누적하자, 삼성SDI의 보수적인 전략은 우려도 낳았지만 요즘 상황은 반전됐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LG나 SK 해외 합작 배터리 공장이 취소 또는 지연되는 등 전기차 재고가 늘어나 완성차들이 투자를 줄이는 시점”이라며 “현금창출력을 건전하게 유지해왔던 삼성의 전략은 지금처럼 버티는 시기에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SDI의 3분기 시설투자비는 2조4436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9927억원보다 늘어났습니다. 기존에 확정된 배터리 공장 투자 계획 등에 따라 앞으로도 시설투자비 증가가 예상됩니다. 근래 고금리 환경은 이런 투자부담을 가중시킵니다.
하지만 삼성SDI는 영업현금으로 투자비를 충당해왔으며 부채비율을 70%대로 방어하고 있습니다. 3분기엔 대규모 단기차입금을 회전시켜 시설 및 운영자금을 조달했습니다. 회사채 이자율이 급상승한 배경 아래 금융비용을 억제하려는 재무전략으로 해석됩니다. 이런 삼성SDI의 3분기 순금융수익은 전년동기대비 1009억원 적자전환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이 2453억원 적자를 본 데 비해 선방했습니다.
삼성SDI는 배터리 수요처도 프리미엄 차량 위주로 공략해왔습니다. 올 들어선 현대차에 하이니켈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해 사업제휴의 역사적 물꼬를 튼 바 있습니다. 스텔란티스 등 삼성SDI의 다른 고객사들도 고급차량 위주로 생산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중국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추격하는 중저가시장과 구분된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내년 완성차들이 LFP차량을 속속 출시하며 국산 삼원계(NCM) 배터리의 수요 공백이 우려되는 가운데 삼성SDI가 이런 가격경쟁과 거리를 두고 있는 사업전략이 부각됩니다. 3분기 매출을 보면, 중국 시장에서 감소한 반면 북미와 유럽 등에서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중국 시장에 투자했던 자산을 현금화해 북미, 유럽에 투자를 늘린 선택이 수치로도 나타났습니다.
다만, 전기차 보조금을 로컬기업에게만 집중시킬 것을 강조해온 조 맨친 연방 상원 의원의 출마 가능성 등 미 대선 불확실성은 삼성SDI를 포함한 업계 공통 과제로 지목됩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