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발 외국인 이민청 신설…조선업 노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2000명 수준 외국인 숙련공 3만5000명 확대
현장직 "외국 공정 기술, 국내 공정 기술 달라 교육 필요"
언어소통·문화 차이도 갈등 부작용

입력 : 2023-12-06 오후 5:12:54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한동훈 법무부장관발 출입국·이민관리청(이민청) 신설을 두고 조선업 현장 근로자들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민청 신설을 통해 외국인 숙련공의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도 핵심 내용 중 하나인데요. 정작 현장에서는 외국인 숙련공들을 공급하기보다 조선업 불황기 때 빠져나갔던 국내 숙련공 근로자들의 임금을 높여 다시 현장으로 복귀시키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6일 열린 여당 정책 의총에 참석해 출입국·이민관리청(이민청) 설치 필요성에 대해서 설명했습니다. 세부 내용은 연내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동훈 장관은 이 자리에서 "인구 감소는 예측하고 준비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라며 "생산 연령을 늘리기 위해서 출산은 시간적으로 한계가 있다. 이민정책이 확실한 대책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민청의 핵심은 '외국인 노동력 공급'과 '불법체류 엄단' 두 가지가 핵심 골자입니다. 법무부의 외국인 근로자 '계단식 인센티브 제도'가 대표적입니다. 지난 8월 말 법무부는 2000명 수준인 E-7-4(숙련기능인력) 비자 쿼터를 3만5000명으로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E-7-4 비자 확대는 곧 E-9(단순노무인력) 비자로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에게 기회를 주는 것으로, '4년 이상 체류, 1년 이상 근무한 기업의 추천, 한국어 능력시험 200점 이상' 조건을 충족하면 E-7-4 비자 전환이 가능합니다.
 
앞서 한 장관은 지난 7월 전남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면서 외국인 인력이 있는 현장을 점검했습니다. 11월 들어 대구와 대전을 잇따라 방문했고, 조선업 숙련기능인력 유치 정책과 관련해 울산 HD현대중공업을 찾았습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10일 오후 전남 영암군 현대삼호중공업 LNG선 제작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와 악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하지만 현장에서는 외국에서 기술을 배워서 들어온 숙련공이라 하더라도 현장에 즉시 투입되기는 어렵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들이 내국인 수준의 숙련공이 되기 위해선 짧으면 1년 길면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조선업 노조 관계자는 "외국에서 배워온 공정 기술과 국내 공정 기술이 다르기 때문에 현장에 바로 투입되지 못하고 따로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현장에서는 외국인 숙련공 대신 즉시 작업에 투입할 수 있는 국내 숙련공 공급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조선소에 투입된 인력 중 외국인 비중이 86%에 육박합니다. 구체적으로 누적 국내외 1만4359명의 인력을 투입했다고 밝혔는데요. 여기에 국내인력은 2020명이 투입된 반면, 숙련기능인력(E-7)과 비전문인력(E-9)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인력은 각각 6966명, 5373명입니다. 
 
국내 인력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국인 비중만 높혔다는 것이 현장 노동자들의 주장입니다. 조선업계 인력난의 근본적인 이유는 저임금과 장기간의 노동시간 때문입니다. 임금을 높혀 조선업 불황 시절 빠져나간 국내 숙련공들을 다시 복귀시키는 것이 인력난의 대안책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실제 조선업계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이직하고 싶은 이유 1위는 '월급' 문제인 것으로 집계된 바 있습니다. 다수의 조선소 관련 업체를 회원사로 둔 울산상공회의소는 지난 8월과 9월 지역 조선 업체 내국인 근로자 234명과 외국인 근로자 100명을 대상으로 이직 이유에 대해 설문 조사를 했는데 '업무 강도에 비해 낮은 월급 때문에 이직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고 밝혔습니다.
 
현장 노조 관계자는 "근로자들의 숫자로만 인력난을 대처할 수 없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다"라며 "조선업 불황 시절 빠져나갔던 국내 숙련공들에 임금을 더 주고 다시 복귀하게 끔 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외에도 외국인 노동 인력 확대로 인한 언어소통, 문화적 차이로 인한 사소한 갈등도 부작용으로 작용한다는 지적 나옵니다. 노조 관계자는 "현장에 국내 숙련공들에게 추가 수당을 더 주고 반장을 제안하지만,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거절한다"며 "실제 지역 주민들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몰려다니는 것이 무섭다는 이야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7월 23일 오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30만t급 초대형 원유 운반선이 진수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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