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공정위"…올리브영, 내년 'IPO'-최종은 '합병'

올리브영 '갑질' 행위 과징금, 19억원으로 쪼그라들어
과징금 리스크, 해소와 함께 오히려 호재로 둔갑
IPO 적합한 타이밍 도래…경영권 승계로 합병 가능성도

입력 : 2023-12-08 오후 4:27:16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CJ올리브영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솜방망이 처벌로 시장 예상에 훨씬 못 미치는 과징금을 받게 되면서, 추후 기업공개(IPO) 추진 및 합병 작업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7일 올리브영을 대상으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18억96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 고발을 결정했습니다.
 
공정위는 행사 독점 강요(5억원), 판촉 행사 기간 중 인하된 납품 가격을 행사 후 정상 납품 가격으로 환원해주지 않은 행위(8억9600만원), 정보처리비 부당 수치 행위(5억원)에 대해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형사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인데요.
 
일단 올리브영은 이 같은 공정위 조치를 수용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중소기업 브랜드 중심의 K-뷰티 유통 플랫폼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미처 살피지 못했던 부분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문제가 된 부분은 내부 시스템 개선을 이미 완료했거나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올리브영은 최근까지 경쟁사와 거래하지 않는 조건으로 납품 업체에 광고비 인하, 행사 참여 보장 등을 강요하는 독점 브랜드(EB·Exclusive Brand) 정책을 전개한 바 있습니다. 이는 시장 지배적 남용 행위로 간주돼, 일각에서는 과징금 규모가 최대 60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공정위는 올리브영이 화장품 시장에서의 지배적 지위 여부가 불확실하다 판단하며 심의 종료 처분을 내리면서, 올리브영의 가장 큰 리스크였던 과징금 문제는 오히려 호재로 둔갑한 상황이 됐습니다.
 
우선 멈췄던 올리브영의 IPO에 탄력이 붙을 전망인데요. 올리브영은 지난해 8월 업황 악화를 이유로 IPO 계획을 잠정 연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과징금 리스크가 해소되고 최근 호실적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내년 정도는 IPO를 추진하기에 적절한 타이밍이 됐다는 분석입니다.
 
CJ올리브영 매출 추이 표. (제작=뉴스토마토)
 
올리브영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이 2조79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4%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742억원으로 파악됐는데요.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 2조7809억원을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아울러 올리브영의 매출 규모는 같은 기간 CJ그룹 매출 30조6868억원의 9%에 달합니다.
 
이 같은 호실적에는 외국인 고객 비중이 높아지고, GS리테일의 '랄라블라', 롯데의 '롭스' 등 경쟁사들이 사라진 상황에서, 올리브영이 오프라인 헬스앤뷰티(H&B) 시장에서 70%의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며 주요 화장품 유통 채널로 부상한 것이 주요인인데요. 이는 곧 행사 강요 등 납품 업체들을 향한 갑질에서 비롯됐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CJ그룹의 경영권 승계에도 청신호가 커졌습니다. 올리브영은 CJ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의 핵심 계열사로 지목되는 곳입니다. 
 
CJ가 51%로 올리브영의 최대주주에 올라있고,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와 장녀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은 올리브영의 주식 11.04%, 4.21%를 각각 보유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향후 IPO 추진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재원 마련에 유용하게 쓰일 전망입니다.
 
업계는 이들 자녀의 승계 방안으로 올리브영의 IPO를 통해 보유 지분 구주매출로 CJ 지분을 매입하고 상속세를 납부하거나, 이 같은 복잡한 과정 없이 지주사인 CJ와 올리브영이 합병하는 것을 가능한 시나리오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CJ올리브영은 경영권 승계의 핵심사"라며 "CJ는 CJ올리브영과 합병할 경우 사업 지주회사로서의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 중구 명동 올리브영 플래그십 매장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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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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