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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11일 16:2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대신파이낸셜그룹은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정기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길기모 리스크관리부문장의 승진이다. 앞서 대신파이낸셜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신증권(003540)은 10번째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를 위해 자산매각과 배당금 확보를 통한 자본확충에 나섰다. 리스크 관리가 임원 인사의 핵심 화두가 된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지배 오너의 법적 리스크가 해소된 만큼 더 이상의 잡음이 없어야 한다는 의도다.
2024년 인사 화두는 리스크 관리
(사진=대신증권)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신파이낸셜그룹이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정기 임원인사의 핵심은 '리스크관리'였다. 대신증권 정기 임원인사에서 길기모 대신증권 리스크관리부문장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길 부사장은 1968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신용정보, 신한투자증권을 거쳤고 2012년부터 2019년까지는 당시 메리츠종금증권(현 메리츠증권)에서 리스크관리본부장으로 근무했다. 메리츠종금증권 시절 리스크 관리 역량을 발휘해 부동산금융 사업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인정받아 지난 2019년 대신증권에 합류해 리스크관리부문장으로 업무를 시작했고 직급상 전무를 거쳐 이번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대신증권은 앞서 라임사태로 한 차례 홍역을 앓았으나, 2023년엔 앞서 겪은 일련의 사태가 백신이 돼 CFD사태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등을 슬기롭게 피해가는 등 상대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선방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길 부사장의 역량이 높게 반영돼 이번 인사가 진행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외 이번 정기인사에선 이순남 프라이빗부문장, 임민수 재경2WM부문장, 김수창 경영지원부문장, 홍종국 IT부문장, 최근영 준법지원부문장, 나유석 IPO담당, 강준규 WM추진부문장, 강윤기 전략지원부문장 등이 전무로 승진했다.
대신프라이빗에쿼티(PE)에선 82년생 백병훈 투자본부장이 상무로 승진했다. 백 상무는 컨설팅회사인 AT커니를 거쳐 지난 2015년 대신PE 투자본부에 합류해 재직 중이다.
라임사태 마무리 국면 진입…선제적 사태 수습 백신 돼
양홍석 대신파이낸셜그룹 부회장 (사진=대신파이낸셜그룹)
'리스크관리'가 이번 대신파이낸셜그룹의 정기 임원인사의 핵심 화두가 된 이유는 10번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로 유력한 대신증권이 종투사 진입 전 혹시 모를 돌발사태에 대비하는 차원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11월29일 금융위원회는 라임펀드 관련 불완전 판매 관련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제재 수위에서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에 대해 당초 제재 수준보다 한 단계 낮은 주의적 경고를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 3년간 대신파이낸셜그룹의 가장 큰 리스크로 지적되던 라임사태 관련 이슈는 마무리됐다는 평가다.
이에 양홍석 부회장이 공언한 종투사 진입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올해 7월 종투사 진입 목표를 공식화한 이후 대신증권은 자본 확충에 역량을 집중했다. 상반기 기준 대신증권의 자기자본은 2조1007억원으로 종투사의 조건인 별도기준 자기자본 3조원에 9000억원 모자라는 수준이다. 이에 대신에프앤아이와 대신자산운용 등 대신파이낸셜그룹 계열사의 대신증권에 대한 배당을 실시해 4800억원을 확보했고, 본사 사옥인 '대신343' 매각을 위해 이지스자산운용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윤유동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중형사 가운데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라며 "3분기에는 일회성 요인이 혼재되면서 실적 전망치를 밑돌았지만 브로커리지, 채권운용손익은 증권업 공통적으로 양호한 모습이다"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선 라임사태 발발 초기 제일 먼저 사태를 수습해야 했던 대신증권이 오히려 지금 시점에선 금융당국이 주시하고 있는 여러 금융제재에 자유로울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라임사태 초기만 해도 종투사 진출 선언 같은 미래 계획을 엄두도 못낼 정도로 대신증권은 힘들었다"라며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때 미리 사태를 수습하고 회사를 재정비하게 된 것이 지금 와서 득이 됐다"라고 말했다.
자회사 신용등급 하락 과제...리스크 관리 완성지을까
대신증권이 짊어져 왔던 무거운 짐이 한결 가벼워졌지만, 아직 대신증권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하다. 당장 종투사 진입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 자회사의 신용등급 하락이 그것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6일 대신증권의 자회사 대신에프앤아이에 대해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PF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관련 리스크가 높아졌다"라며 등급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대신에프앤아이에 대해 "은행권 부실채권 매각물량 감소 등으로 부실채권 투자자산 잔액이 꾸준히 감소한 반면, 부동산PF와 오피스 투자 등 부동산 관련 자산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커졌다"라며 "대신에프앤아이의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을 기존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낮췄다"라고 밝혔다. 다만 신용등급은 A를 유지했다.
대신에프앤아이는 대신증권이 100% 지분을 보유한 완전 자회사다. 앞서 대신증권에 대한 배당을 실시해 대신증권이 종투사 조건을 충족할 수 있게끔 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연결 재무제표 전체 자산의 약 25%를 차지하는 부동산PF 투자자산과 해외 투자자산의 경우 잠재 위험성이 지적을 받은 것이다.
다만 본가라 할 수 있는 대신증권의 올해 상반기 기준 부동산PF 충당금 적립액을 170억원까지 설정했다. 같은 기간 대신증권의 부동산PF 익스포저(약정 기준)는 모두 8745억원, 고위험 PF인 브릿지론은 1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증권업계의 리스크 요인으로 떠오른 해외부동산 투자에서도 미국과 유럽에 비해 안정적인 일본시장을 적극 공략해 금리 리스크와 공실률 리스크를 줄였다.
그룹 차원의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는 성공했지만, 자회사의 신용등급 하락은 대신증권의 리스크 관리가 아직까지는 미완에 그쳤다는 방증이다. 실제 내년도 사업 계획에 대한 질문에 대신증권은 구체적인 사업 방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리스크 관리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나타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내년 사업목표와 방향성에 대해서는 논의 중으로 아직 구체적인 사업 계획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힘들다"라면서도 "다만 PF시장이 아직 경직되어 있고 올해 증권업계 다양한 이슈가 있었던 만큼 내년에도 철저한 리스크 관리하에 수익성을 확보해 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