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문·이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시행으로 도입된 국어·수학 영역 등의 선택 과목이 당초 취지와 다르게 유불리만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옵니다. 수험생들의 학습 부담을 덜어주고자 선택 과목 제도를 도입했으나 선택 과목 간 표준점수 차이가 심해져 점수 받기 유리한 과목으로의 쏠림 현상만 생기고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선택 과목이 없어지는 '2028학년도 대학 입시제도 개편안'(2028 대입 개편안) 실시 전까지 선택 과목 간 유불리 현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합니다.
원점수 같아도 '선택 과목' 난이도 따라 다른 표준점수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2022학년도 수능부터 문과와 이과의 구분을 없애고 통합형으로 치러지면서 대신 수험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고자 국어·수학 영역 등에 선택 과목을 도입했습니다. 수험생들의 학습 범위를 좁혀 공부 부담을 줄여주고, 자신의 적성에 맞는 과목을 골라 공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국어 영역은 '독서'와 '문학'을 공통 과목으로 하고, '화법과 작문'·'언어와 매체' 가운데 한 과목을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수학 영역의 경우 공통 과목인 '수학Ⅰ'·'수학Ⅱ'를 기본으로 '확률과 통계'·'미적분'·'기하' 중 한 과목을 고릅니다.
하지만 통합 수능 시행 직후부터 3년 차인 이번 2024학년도 수능까지 선택 과목 간 유불리 문제가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국어 영역에서는 '언어와 매체', 수학 영역에서는 '미적분'이 다른 선택 과목에 비해 표준점수가 높아 고득점을 받는 데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해당 과목을 선택하는 수험생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어 영역 선택 과목으로 '언어와 매체'를 고른 수험생은 2022학년도 30.0%, 2023학년도 35.1%, 2024학년도 40.2%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수학 영역 역시 '미적분'을 선택한 수험생이 같은 기간 39.7%, 45.4%, 51.0%로 크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수험생들이 선택 과목 제도의 원래 취지인 적성이나 흥미가 아닌 점수를 기준으로 선택 과목을 고르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종로학원에 따르면 수학 영역의 경우 2022학년도와 2023학년도의 '미적분'과 '확률과 통계'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는 3점에 불과했으나 올해 11점까지 벌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수험생의 원점수가 평균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점수로 보통 시험이 어려우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상승합니다. 똑같이 원점수 만점을 받더라도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은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의 표준점수가 더 높습니다.
이러한 원리로 올해 수능의 경우에도 만점자와 전국 수석이 다른 것입니다. 국어 영역 '언어와 매체'도 '화법과 작문'보다 올해 표준점수 최고점이 4점 높습니다.
문·이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시행으로 도입된 국어·수학 영역 등의 선택 과목이 당초 취지와 다르게 유불리만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수능 당일인 지난달 16일 인천시 미추홀구 인선인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선택 과목 구조적 문제, 대입 개편 전까지 없어지지 않을 것"
입시업계는 앞으로도 이러한 선택 과목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정부가 올해 '킬러 문항 배제'에만 신경 쓰다 보니 수학 영역의 경우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가 너무 심하게 벌어졌다"며 "이렇게 되면 문과 상위권 학생들은 점수를 잘 받고자 할 수 없이 더 어려운 '미적분'을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통합 수능 체제로 바뀐 이후 모의평가와 본 수능을 합쳐 21번의 시험이 있었는데 선택 과목 간 유불리 문제가 계속돼 왔다"면서 "이는 구조적인 문제이므로 대입 제도가 개편되기 전까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전문가도 통합 수능을 도입할 때 선택 과목이 아닌 '2028 대입 개편안'처럼 '공통 국어·수학' 체제로 갔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표합니다. 교육부는 선택 과목 간 유불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28학년도 수능부터 모든 과목을 통합형으로 개편하겠다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수험생들의 입장에서 대학이 어떤 선택 과목을 요구하는지, 어느 선택 과목이 내가 점수를 잘 받는 데 유리한지 따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애초에 통합 수능 체제를 시작할 때 선택 과목 없이 '2028 대입 개편안' 내용처럼 했으면 이러한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이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시행으로 도입된 국어·수학 영역 등의 선택 과목이 당초 취지와 다르게 유불리만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수능 당일인 지난달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