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이틀 연속 무력도발…ICBM '레드라인' 넘다

한미 '핵 작전' 연습 합의 반발…트럼프 복귀 염두, 도발 강화 가능성

입력 : 2023-12-18 오후 4:58:39
조선중앙TV가 ICBM 화성-18형 시험발사 장면을 지난 7월 13일 공개했다. (TKWLS=SBTLTM)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북한이 지난 17일 밤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한 데 이어 10시간 만인 18일 오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한미가 '핵 작전' 연습을 합의한 데 대한 반발성 기습 도발로 분석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도발 즉시, 압도적 대응을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북한이 '레드라인(금지선)' 사실상 밟음에 따라 한반도 위기가 다시 고조될 전망입니다. 
 
북, 올해만 5차례 ICBM…"미 본토 타격"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우리는 군은 오늘 8시 24분경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1발을 포착했다"며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돼 약 1000㎞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군이 밝힌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ICBM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ICBM 발사는 올해 들어 5번째로, 지난 7월 신형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을 시험 발사한 지 5달여 만입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월 화성-15형을 시작으로, 3월(화성-17형), 4월(화성-18형)에도 ICBM 도발에 나섰습니다. 북한이  ICBM을 다섯 차례 쏜 것은 올해가 처음입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전날 평양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한 데 이은 것인데, 연이틀 단거리·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건 이례적인 행동입니다. 북한은 이 같은 도발에 대해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 결과와 부산 해군기지에 입항한 미국 원자력 추진잠수함 미주리함(SSN-780)에 대한 경고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통해 무력시위에 나선 겁니다.
 
이번 미사일 발사가 우려되는 건 북한이 본격적인 ICBM 양산 체제에 돌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북한이 이미 올해만 두 차례 고체연료 ICBM 발사를 시도했다"며 "그다음 절차는 (고체연료 기반) ICBM의 완성을 선포하고 양산 체제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지난달 북한이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가 ICBM의 성능을 강화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군사정찰위성의 기본 목적이 감시정찰 능력 강화에 있는데, 군사기술적으로는 위성을 정확히 궤도에 진입시켜 ICBM의 탄두부 재진입 기술 검증 등의 정확한 조준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임석해 합참의장의 상황 보고를 받고 대응 방안을 지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대통령 "북 도발, 즉시 압도적 대응"
 
윤석열 대통령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임석해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굳건하게 유지하고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를 활용해 한미일의 공동대응을 적극 추진하라"고 주문했습니다. 국방부에 따르면 한미일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시스템은 최증 검증 단계에 들어가 수일 내 정상 가동할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은 "한미 핵협의그룹(NCG)의 과제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 한미의 대북 핵 억제 실행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 영토와 국민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즉시, 압도적으로 대응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합참도 "우리 군은 한반도와 역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북한의 무모한 도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후 발생하는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있음을 다시 한번 엄중히 경고한다"고 '경고 성명'을 냈습니다.
 
한미 양국은 이번 NCG 회의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해 내년 8월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 때 핵 작전 연습을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에 북한 국방성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한 대변인 담화에서 "노골적인 핵 대결 선언"이라며 "이러한 위태한 상황은 우리 무력으로 하여금 보다 공세적인 대응 방식을 택해야 할 절박성을 더해주고 있다"고 위협했습니다.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9·19 남북군사합의의 사실상 폐기, ICBM을 통한 무력 도발에 우리 군도 강대강으로 대응하면서 한반도 군사적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는 모양새입니다. 북한의 도발 수위가 한층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진행한 '2024년 아산 국제정세전망' 간담회에서 "중국은 2023년에 북중러 관계가 직접적 군사협력으로 발전되는 데는 소극적 태도를 보였지만, 2024년에는 상징적 측면에서 북중러 간 동해에서의 합동훈련 같은 형태는 충분히 고려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밝혔습니다. 
 
차 위원은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가 지속되면서 북한이 각종 도발에 대담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전술핵 능력에 대해 대외적으로 확실히 인정받으려 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복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 유리한 협상 국면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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