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CJ ENM(035760)의 발목을 잡아 온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개선될 조짐입니다. 미국 자회사 피프스시즌의 신규 투자 유치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의 사업 개편으로 실적 호전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구원투수로 나선 구창근 대표가 적자 늪에 빠진 CJ ENM의 숨통을 틔웠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CJ ENM은 지난 11일 자회사인 미국 콘텐츠 제작사 피프스시즌이 일본 엔터테인먼트 기업 토호(Toho)사로부터 2억2500만달러(약 29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프스시즌의 지분구조는 CJ ENM 60%, 토호 인터내셔널 25%, 엔데버홀딩스 15%로, 토호사가 2대 주주로 올랐습니다.
지난해 CJ ENM이 약 1조원을 들인 피프스시즌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M&A로,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안고 있었습니다. 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 글로벌 유통 사업 확대 등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인수자금 대부분을 차입금으로 조달한 탓에 CJ ENM의 재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미국 작가·배우 파업 여파로 제작이 지연되고 적자가 지속되면서 피프스시즌 인수 효과에 대한 의문이 커졌습니다.
피프스시즌이 올해 3분기까지 순손실을 지속해온 가운데 이번 토호사 투자 유치로 CJ ENM은 추가 자금 없이 피프스시즌의 정상화 자금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또한 미국 작가·배우 파업 여파에서 벗어나 작품을 예정대로 납기하면 손익도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미디어 플랫폼 티빙의 수익성 개선 기대감도 커졌습니다. 티빙은 이달부터 구독료를 인상했고, 내년 1분기부터는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앞서 회사측은 내년에 하반기 손익분기점(BEP) 수준인 가입자 500만명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구창근 CJ ENM 대표. (사진=CJ ENM)
지난 10월 말에는 CJ ENM의 빌리프랩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1417억원의 매각 대금을 확보하는 등 자산 유동화도 추진했습니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3분기 말 기준 CJ ENM의 순차입금은 약 2조6000억원 내외로 파악되는데, 빌리프랩 지분 매각 대금 1417억원이 들어왔고, 이번 투자 유치로 3000억원 내외의 현금이 유입되면서 순차입금은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구 대표를 필두로 한 CJ ENM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으로 풀이됩니다. CJ ENM의 적자 흐름이 지속되면서 CJ는 지난해 10월 재무구조 개선 전문가인 구 대표를 CJ ENM에 선임했습니다. 구 대표는 취임 후 대대적 조직개편을 단행했고, 기존 9개 본부를 산업 단위별 5개 체제로 개편했습니다.
지난 3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면서 주가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까지 5만원대 초반에 머물렀던 CJ ENM 주가는 11월 들어 6만원대으로 올라섰고 이달 초에는 7만8000원선까지 뛰었습니다. 증권가에서도 CJ ENM의 목표 주가를 9만원대로 상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적자 전환한 CJ ENM의 상황을 생각하면 올해 성과는 나쁘지 않지만, 구 대표의 어깨는 여전히 무겁습니다. 성장 정체로 인한 CJ그룹 차원의 우려가 큰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달 초 이재현 CJ 회장은 계열사 대표들이 모인 '온리원 재건 전략회의'에서 "그룹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온리원 정신을 되새기는 책임감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반드시 해내겠다는 절실함을 가져달라"고 당부한 바 있습니다.
CJ ENM 관계자는 "피프스시즌과 티빙 등 신성장 사업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음악 부문이 지속 성장하고 있다"라며 "CJ ENM의 근간인 초격차 콘텐츠 제작 경쟁력에 집중하며 글로벌 IP파워하우스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