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애플의 탈중국 전략에 속도가 붙으면서 인도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습니다. 삼성전자도 인도 내 플래그십 스마트폰 비중을 늘리고, 현지 마케팅을 강화하며 시장 주도권 지키기에 나섰습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인도 전역에 프리미엄 체험 공간을 늘리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에는 타밀나두주 첸나이 피닉스몰에 '삼성 익스피리언스 스토어'를 열었습니다. 이는 지난 1월 뉴델리를 시작해 하이데라바드, 구자라트주, 우타르프라데시주 등 올 들어 새로 개설된 6번째 체험형 매장입니다. '갤럭시'와 현지 소비자 간 접점 확대가 목표입니다.
삼성전자는 인도 내 플래그십 스마트폰 생산 비중도 점차 높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갤럭시 A·M' 시리즈 등 중저가 스마트폰 위주로 생산해 왔지만 올해부터는 최상위 라인업인 '갤럭시 S·Z' 시리즈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올해 2월 출시된 '갤럭시S23' 인도 물량 전체는 노이다 공장에서 생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차기작 '갤럭시S24'의 인도향 제품도 현지서 생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말 인도 타밀나두주 첸나이 피닉스몰에 개설한 '삼성 익스피리언스 스토어'.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인도 스마트폰 시장 공략은 내년에 한층 강화할 전망입니다. 애플이 중국에서 인도로 아이폰 등 생산의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지난해부터 인도에서 아이폰 제조를 시작했으며, 앞으로 5년간 인도 내 생산량을 현재보다 5배 이상 늘릴 계획도 세웠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인도 노이다에 세계 최대 규모 스마트폰 제조 공장을 완공한 이후 중국 내 생산을 중단한 바 있습니다.
인도는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삼성전자와 애플뿐 아니라 미중 갈등으로 북미 시장에서 미미한 점유율을 보유한 중국 제조사 입장에서도 놓쳐서는 안 될 주요 시장으로 꼽힙니다. 인도의 인구는 14억2800만명으로 올해 중국을 뛰어넘어 세계 최대 인구 대국으로 올라섰습니다. 반면 스마트폰 보급률은 지난해 기준 54%로, 시장 성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삼성전자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지난해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7%로 1위를 기록했고, 이어 샤오미(17%)와 비보(16%), 리얼미(14%), 오포(10%) 등 중국 업체가 삼성전자의 뒤를 바짝 쫓고 있습니다.
애플은 인도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 자릿수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프리미엄 제품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애플은 800달러(약 104만원) 이상의 고가 프리미엄폰 부문에서 6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삼성전자(30%)를 앞서고 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외산 휴대폰 금지령 확대가 애플의 탈중국 행보를 서두르게 하고 있다"며 "이는 인도 시장 선두 삼성전자에 상당히 위협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신지하 기자 a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