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내년부터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총수가 있더라도 '예외 요건'을 채우면 공정당국으로부터 동일인(총수) 지정을 피할 수 있게 됩니다. 즉, 국내 기업을 운영하면서 사익편취 등의 우려가 없다면, 외국인 오너라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습니다.
국내 기업인과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했던 한국계 미국인 김범석 쿠팡 창업주에 대한 동일인 지정 가능성도 사실상 낮아보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오는 28일부터 내년 2월 6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27일 밝혔습니다.
공정위는 동일인이 사실상 지배하는 회사들을 하나의 기업집단으로 묶어 관리·감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행 법을 보면, 동일인의 정의를 따로 명시한 조항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공정위는 실질적인 지배력을 기준으로 기업집단의 동일인을 정해왔습니다.
공정위는 국적 차별없이 적용되는 동일인 판단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에 대한 판단은 '기업집단 최상단회사의 최다출자자', '기업집단의 최고직위자', '기업집단의 경영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 '내·외부적으로 기업집단을 대표해 활동하는 자', '동일인 승계 방침에 따라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결정된 자' 등 5가지를 기준으로 합니다.
예외 요건도 정했습니다. '동일인으로 보는 대상(자연인, 법인)과 관계없이 기업집단의 범위가 동일한 경우',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이 최상단 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지 않은 경우, 해당 자연인의 친족이 국내 계열회사에출자하거나 임원으로 재직하는 등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 자연인 및 친족과 국내 계열사 간 채무보증이나 자금 대차가 없을 경우 입니다.
위 네 가지 조항을 모두 충족하면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이 있더라도,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오는 28일부터 내년 2월 6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브리핑하는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모습. (사진=뉴시스)
이 같은 제도 개정 논의가 본격화한 것은 지난 2021년 쿠팡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입니다.
당시 공정위는 한국계 미국인인 김범석 쿠팡 의장 대신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습니다.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인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제도 개선 논의의 시발점인 김범석 쿠팡 의장은 동일인 지정을 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각에서는 동일인 지정에 대한 예외 요건이 구체화되며 오히려 기업이 교묘하게 동일인 판단 기준을 이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범석 의장은 현재 최상단 회사인 쿠팡lnc를 제외한 국내 계열사에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동생 부부가 쿠팡 계열사에 재직하고 있으나, 임원에 해당하지는 않습니다.
동생 부부는 24만주가량의 쿠팡lnc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쿠팡lnc는 미국 법인으로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지 않는다는 요건도 충족합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쿠팡 관련해서는 새로 확인해야 될 사실관계가 여러 개 있다"며 "현재로서는 쿠팡의 경우 동일인이 누구로 지정될지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예외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집단이 몇 개나 되는지도 현재로서는 말하기 어려우나, 올해 기업집단 지정 당시 현황에 비춰볼 때 그 숫자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한편, 동일인 제도는 기업의 총책임자격인 '총수'를 지정하는 제도입니다. 내부거래 등 재벌 일가의 족벌 중심 경영체제를 견제·해소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오는 28일부터 내년 2월 6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김범석 쿠팡 의장.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